혼자 떠난 오키나와, 슈리성 & 소키소바(슈리소바, 소바마치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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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일하게 일본에서 지상전이 있었던 섬이라는 것 이외에도, 또 다른 특이한 점이 있는 데 바로 원래는 일본이 아닌 독립국이었다는 점이다. 일본에 강제합병 된 것은 19세기 말이었다고. 여기저기서 많이 보이는 '류큐, 琉球'라는 것이 그 때의 나라 이름이 류큐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리온 맥주에서 수량 한정으로 발매한 류큐 화이트


오키나와 사투리가 굉장히 일본어 같으면서 일본어 같지 않은 것도 그 이유가 아닐까. 정말 알아듣기 힘들더라.

너무나도 친절했던 카페의 아주머니에게 들은 얘기로는 지금의 젊은 사람들은 오키나와 사투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교육을 받아서,

오키나와 사투리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나이 많은 사람들만 오키나와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 분들이 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오키나와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제 기록 속에나 남겠구나.




그런 류큐왕국의 슈리성을 보러 간다.



슈리성까지는 오키나와의 모노레일, 유이레일이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많이 기다리고 있길래 뭐 특별한 게 보이나? 했더니 유이레일이 오는 루트가 잘 보이더라.

현청 앞에서 슈리성까지는 약 15분 정도 걸렸고, 요금은 300엔.



도착해서 길을 어떻게 찾아 가야하나 고민했는데 역시나 관광지. 모두가 줄줄이 슈리성을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길 중간중간 지도도 꽤 많이 있고, 조금만 걸어가면 슈리성의 성벽이 보이니까 아무 걱정 없이 여유롭게 걸어갈 수 있다.

성벽을 올라가면 안쪽에 루트를 잘 설명해 두었더라.



어제까지는 그렇게 비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치던데 오늘은 거짓말처럼 날씨가 맑다.


여행을 가기 전 날씨를 걱정하고 있던 나를 보던 회사 사람이 '오키나와 사람들은 우산을 잘 안 쓴다고 하더라'고 말을 해주던데, 와 보니 이유를 알겠더라.

바람이 많이 불어서 우산이 필요가 없고(쓰나 안쓰나 쫄딱 젖음), 열대지방의 스콜처럼 폭탄 같이 쏟아졌다가 금새 비가 그치고 그런다.


날씨조차도 일본과는 다르구나. 게다가 아직 겨울인 후쿠오카와는 달리 오키나와는 벌써 초여름이다.



슈리성 안 쪽을 여기저기 걷다보니 슈리성 전망대에 도착했다.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들은 전혀 보이지 않고 나 빼고 전부 다 중국 관광객이다.


쿠마모토도 그랬지만, 오키나와도 큰 건물이 없구나.

쿠마모토의 경우는 도시 미관을 위해 쿠마모토 성 보다 높은 건물을 지으면 안돼는 법이 있다고 하던데, 오키나와도 슈리성보다 높은 건물을 지으면 안되는걸까? 아니면 그런 커다란 빌딩을 지을 이유가 없는 걸까?


어찌됐든 참 좋다.



입장료로 820엔을 내고 들어간 슈리성.

입장료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모노레일의 일일패스를 사게 되면 입장료가 200엔 정도 할인이 되더라.

두 번만 탄다고 생각해도 24시간 패스를 사는 쪽이 이득인 것 같던데, 아깝다



류큐 성, 하얗고 푸른색의 보통 일본의 성과는 다르게, 중국의 성 처럼 색깔이 화려하다.

안 쪽에 박물관도 많고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건물도 많은데, 그냥저냥 흥미롭게 볼만 하더라.



류큐성에서 만난 고양이.


오키나와는 신기하게도 고양이가 사람을 보고 도망가지 않는다. 그리고 길거리 여기저기에 고양이 밥을 주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가서 고양이 배를 만져보곤 했는데, 전혀 도망가지도 신경쓰지도 않고 눈을 감고 잘만 잔다.

고양이 배는 너무 따뜻해. 보들보들해.





오키나와의 소키소바를 판매하는 식당 중에 가장 타베로그 평점이 높았던 걸로 기억하는 슈리소바.



이 사진은 슈리성에 들어가기 전에 건물이 어떤 느낌인지 보고 가고 싶어서 들렀을 때 찍은 사진.

정말 그냥 일반 가정집처럼 보인다. 여기가 식당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방법은 여기저기 있는 작은 간판과 근처에 가면 돼지고기를 요리하는 냄새가 난다는 점. 후쿠오카는 라멘집 근처에 가면 돈코츠 라멘의 그 진득한 냄새가 나는데, 오키나와도 돼지고기를 간장 등으로 조리하는 냄새가 난다.



11시 30분 오픈이니까 슈리성을 보고 오면 대충 시간이 맞을 것 같아서 먼저 슈리성으로 갔었다.



그리고 돌아온 11시 30분의 오픈 직후 슈리소바의 모습


?

뭐야 이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나타났어... 왜 이래... 나 아침도 안 먹고 왔다고..



가게 겉 모습도 그랬지만 가게 안 쪽도 일반 가정집이 점심시간에만 잠깐 영업을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직접 들어가보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한 10분 기다렸나? 저 많은 인원들이 금새 소바를 받고 나서 조금 여유가 생겼는지 안쪽 방으로 대기하고 있던 손님들을 한명 한명 받는다.

그리고는 나한테 안쪽 방은 6인용 테이블만 두개 있는 방이라서 합석도 괜찮냐고 물어보신다. 나는 솔직히 창가에 있는 카운터석에 앉고 싶었는데...

카운터석은 이미 가득 찼고, 배는 고프고 해서 안쪽의 6인 테이블에 중년의 부부와 같이 합석을 했다.

6인 테이블이다 보니 부부는 오른쪽 구석에 앉고 나는 왼쪽 구석에 앉아서 합석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여튼 합석이라 해도 바로 앞에서 마주보고 먹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 불편하지 않더라. 맞은 편 테이블도 보니 6인 테이블에 2인 + 1인 조합.



나는 슈리소바 中쥬시 라고 적혀있는 밥을 주문. 아주머니 한 분이 서빙하고 주문받고 다 하느라 역시나 물은 셀프.

힘드시겠다.


소키소바 中 500엔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나온 소키소바.

하얀 건 떡처럼 나왔지만 어묵이다. 가운데 노란 건 생강, 뒤에는 부드러운 돼지고기다.


생강 맛이 생각보다 엄청 강하다. 그래서 생강은 빼달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더라.

나는 일단 맛은 보고 싶어서 생강은 조금만 먹어보고 그릇 구석에 숨겨두었다.


소키소바, 연한 국물딱딱한 칼국수 면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특이하게 소바인데도 면이 밀가루다. 원래 소바라는 이름은 메밀로 만들어야 붙일 수 있다고 하는데, 소키소바의 경우는 특별한 경우로 '소바'가 아니라'소키소바'라는 요리라고 한다. 즉, 소바랑은 전혀 관계가 없다.



맛은 사실 평범하다. 그냥 오키나와의 대표 요리라고 하니까 찾아와서 먹어보지, 엄청 맛있거나 하지 않다.

대신 돼지고기는 정말 부드럽고 맛있다. 중국 요리 중에 간장에 졸인 부드러운 돼지고기 요리가 있지 않나. 동파육인가?


그 요리랑 정말 비슷하다.



쥬시 200엔


쥬시밥 역시 그냥 평범하다.

볶음밥과 비슷한 맛이지만, 볶음밥보다 훨씬 건강한 맛이다. 기름기도 많이 없고.


오키나와 사람들은 장수하는 편이라고 하는데, 이런 요리들을 먹으면 그럴만도 하겠다.


또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인데, 오키나와에 패스트 푸드가 들어오면서 오키나와의 평균 수명이 꽤 많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정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럴싸한 얘기네.



입 맛에 맞지 않다고 했지만, 맛이 없지는 않다. 그냥 정말 평범한 요리다.

다 먹고 계산을 하며 명함을 한 장 받고 싶다고 했더니(명함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어서) 아주머니가 '계산대에 명함이 없네, 잠시만요' 하시고는 주방 쪽으로 들어가시더니 명함을 찾아와서 한 장 주신다. 


'바빠죽겠는데 명함은 뭔 명함이야'라는 느낌을 받는 가게도 가끔 있는데, '이 친구가 명함이 필요하구만 얼른 갖다줘야겠다' 하는 느낌이다.

친절하시다.


슈리소바의 타베로그 평점은,

정말 정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소키소바와, 가게의 이 가정집 같은 분위기, 그리고 아주머니의 친절함 때문일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이 대기를 많이 하고 있어서 여유롭게 먹고 나갈 수 있는 가게는 아니다.

여유를 가지고 한 30분~1시간 앉아 있을 수 있는 가게를 찾고 싶다면 여기는 관두는 게 좋을 듯.


영업시간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준비된 재료가 다 떨어지면 바로 영업종료.





여긴 국제거리에서 유명한 소키소바 가게. 위치는 돈키호테 근처다.

노렌(입구에 있는 천)과 쵸칭(옆에 빨간 등)에는오키나와 소바라고 적혀있네.


가게 이름은 소바마치카도 라고 읽는다.

의미는... 길 모서리에 있다는 의미인데 옆에 작은 골목이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은 걸까


내부 사진은 좁기도 좁고 손님들이 많이 있어서 찍지 못했다.

사진으로 언뜻 보이지만 4인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3개, 2인용 테이블이 1개, 8인용 테이블이 1개다.



소키소바 850엔


슈리소바와는 느낌이 다른 소키소바. 가격도 훨씬 세다.


개인적으로 나는 여기 소키소바가 훨씬 입에 맞더라. 돼지고기는 정말 기가 막히게 부드럽고 맛도 진하고, 국물 역시 슈리소바보다 훨씬 진하다.

슈리소바는 정말 너무 연했어. 그리고 여긴 생강도 일반 생강을 잘라주는 게 아니라 베니쇼가를 팍 던져넣은 것 같은 느낌.


아, 그러고보면 돼지고기는 우리나라로 얘기하면 감자탕 고기와 약간 비슷한 맛과 식감이다.




면은 약간 두꺼운 편인것 같다.

덜 익은 것 같기도 하고 면이 딱딱한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특이한게 한 번쯤 먹어볼 만 하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다시 얘기하지만 소키소바, 절대 맛이 없다거나 나쁘지 않다.

단지 평범한 요리다. 우리나라의 칼국수 같은 느낌? 칼국수 집이 별5개 받고 그러는 건 없지만 그래도 평범하게 맛있잖아.


그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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