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보카레, 후쿠오카의 古民家를 개조하여 만든 카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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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따뜻하고 좋아서 산책을 하러 나갔는데, 한 30분 쯤 걷자 목이 너무 말랐다.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한 잔 했으면 좋겠는데...'하며 카페를 찾아 두리번 거리며 걷고 있다가 '딱!' 눈에 들어온 가게 하나.



마켓 카페 ALKU

일본 발음으로 읽자면 아루쿠, '걷다'라는 뜻이 된다. 신기하지.

그리고 또 하나의 간판에는 본격 스파이시 카페, '쿠보카리-'라고 적혀있다.


사실 카페라고 생각하고 들어간 가게였는데, 카페는 오늘 쉬는 날이고, 안쪽 공간에 있는 카레집만 영업중이었다.

카레를 먹을 생각도 전혀 없었고, 오히려 '오늘은 왠지 돈카츠가 먹고 싶은데-'하는 생각으로 밖으로 나왔던 터라,

조금 망설였지만 너무나도 좋은 내부 인테리어에 이것도 운명이거니 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이 가게는 메뉴가 매일매일 바뀌는 '카레 3종 세트' 단 하나라고 한다. 


사진에 있는 화이트 보드에 적힌 게 오늘의 메뉴 설명인데 들어가면서는 보지 못하고, 나오면서 사진 찍다가 보게 되었다. 

나란 남자... 배 고플 때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그런 남자.


하지만,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면 주인분이 친절하게 '오늘은 무슨 무슨 무슨 카레의 3종 세트인데, 괜찮으신가요' 하고 물어보시니 全然 No problem.

'그걸로 주세요' 하니 향이 강한 풀이 하나 들어가는 데 싫으시다면 다른 재료로 바꿔주신다고 한다.

'괜찮아요'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를 좀 둘러봤다.


밖에서 문을 통해 들어오면 작은 공간이 하나 있고, 또 안으로 들어오면 바로 이 카레집이 있는데,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그 공간은 수요일만 영업하는 카페라고 한다.

숯의 열기를 이용하는 오븐에서 애플파이를 구워서 판매하는 카페라고 하는데, 이 근방에서 꽤 유명한 '카모메 식당'의 오너분이 운영하시는 카페라고.


수요일에 쉬는 날이 있으면, 꼭 와봐야 하는 가게가 생겼구나.




주문이 들어오면 조리를 시작하니 시간은 좀 걸리지만, 대신 카레를 받으면 김이 모락모락난다.

오른쪽이 치킨 난코츠(연골) 키마 카레, 가운데가 치킨 카레, 왼쪽이 콩을 이용한 카레라고 설명해 주신다.


그리고 매운 걸 좋아하면 가게에서 직접 만든 고추기름을 무료로 토핑해 준다고 해서, 조금만 달라고 해서 받아 먹었다.

꽤 맵더라. 먹다보니 몸에 열이 확 오르는 게 느껴진다.


요리에 화학 조미료가 전혀 안 들어간다고 하면서, 먹어도 전혀 속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얘기를 해 주신다.

보통 화학 조미료가 안들어가면 맛이 조금 연하거나 싱겁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도 않고 꽤 맛있는 카레였다.


일본의 카레집에 가면 꼭 이 '키마 카레'(Keema curry)라는 메뉴가 있더라.

일본 와서 처음 먹어보는 카레 종류인데, 인도 카레의 종류로 잘게 다진 고기가 들어간 카레를 얘기한다고.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하니 '네, 편하게 찍으세요.' 하신다. 다들 참 친절해.

그리고 보통 이렇게 사진 찍어도 되느냐고 허락을 받으면서 대화를 시작하게 되는데,

오늘은 나 말고 다른 손님도 없었기에 가게에 거진 한 시간 넘게 앉아서 주인분과 대화를 나눴다.


20년 전에 한국에 가 봤다며, 택시 운전이 난폭해서 무서웠다는 얘기부터, 이 근처의 잡화점과 카페 얘기, 빵 집 얘기, 그리고 카레집 얘기.


좀 충격적이었던 건, 일본어 뿐만이 아니라 생김새도 일본 사람이랑 비슷하게 생겼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이라고 말 안하면 외국 사람인지 아무도 모르죠?' 하시는데, 옷도 일본에서 샀고, 머리도 일본에서 잘랐고, 안경도 일본에서 맞춰서 그런 게 아닐까.

언젠가 한국에 갔을 때, 엄마가 대뜸 '머리를 일본에서 잘라서 그런가, 일본 사람 같다' 라고 하셨던 게 떠오르네.

강하게 부정했었는데.




한 시간 쯤 얘기를 나누고, 나가면서 '가게 사진도 좀 찍어도 되요?' 하니 '네, 당연하죠' 하신다.


구석에서 내부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사진에 내가 찍혀도 괜찮냐면서 기분 좋게 웃으신다.

'마스터까지 포함해서 좋은 가게니까 오히려 찍혀 주시면 더 고맙죠...'라고는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하고, '이런 좋은 마스터가 있어요-' 하는 사진이 될 거라고 하니 또 웃으신다.


계산을 하고 나가는 데, 가게 문 앞까지 나와주시면서 두 손을 흔들어 주신다.

언제 여유가 있으면 또 오라면서.


'네, 또 올게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하고 기분 좋게 가게를 나왔다.


이런 가게가 참 좋다. 그냥 밥 먹고 돈 내고 고개 꾸벅하고 나오는 가게가 아니라, 여유가 있다면 서로 얘기도 나누고 할 수 있는 가게.

맛있는 가게야 얼마든지 많지만, 이런 가게는 잘 없다.



이렇게 오래된 맨션의 구석에 카레집과 카페가 있다.


들은 얘기로는, 전문적으로 이런 古民家를 개조해주시는 유명한 건축가 분이 후쿠오카에 한 분 계시다고 하는데,

이 근처의 카페나 식당은 그 분의 설계가 꽤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몇몇 가게 이름을 말해주시는 데, 내가 가본 가게들도 꽤 있더라.

나랑 코드가 잘 맞는 건축가 분이신데?! 만나보고 싶구나.



クボカリー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 ~ 저녁 8시


월, 목, 금 정기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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