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보급기 1000d 와 중급기 70d / 탐론 17-50 in 후쿠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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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DSLR을 구매한 게, 2010년 5월 이었나보다.

일본 회사 컴퓨터에 캐논 프로그램을 받으려고 몇 년만에 캐논 홈페이지를 들어갔더니, 보증기간이 2010년 5월 부터더라.

느낌상 10년은 된 줄 알았는데, 꼴랑 6년 사용했구나.


처음 구매했던 카메라는 1000D였는데, 아마 모르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2008년에 출시된 모델인데, '400D의 부품이랑 450D의 남은 부품을 처리하기 위해서 만든 라인' 이라는 소리가 나는 솔직히 가장 신빙성 있더라.

초점도 7 포인트 밖에 없고, 라이브 뷰도 엄청 사용하기 힘들다. 심지어는 그 때 카메라를 구매했던 하이마트에는 라이브뷰 기능이 없다고 적혀있기도 했다.

450D의 다운그레이드 같은 느낌인데, 초점 같은 경우는 350D와 동일한 시스템이었다고 하니...

대체 왜 1000D를 샀던 걸까?


그때 당시는 450d가 이제 한물 가기 시작하고, 500d가 팔리기 시작했던가? 450d가 아직 유행하고 있던 시절이던가? 그랬던 것 같다.

왜 잘 모르냐면, 나는 그때 상병을 갓 달았던 상태였기에 카메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찾아보지 못했었기 때문.

그냥 이유도 없이 '까맣고 커다란 카메라가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 휩싸여 있었던 것 같다.

군대가 사람을 이렇게 만든다.



그런 상태로 집 근처 하이마트로 구경을 갔었는데, 마침 1000d 한 대가 남아있었고 전시제품이었기 때문에 싸게 준다는 말에 혹해서 거금 70만원을 주고 구매했던 것 같다. (참고로 지금 70만원이면, 조금만 더 보태서 70D도 살 수 있다. 옛날에는 DSLR이 이렇게 비쌌다니...)


군대에서 힘들게 모았던 돈인 만큼, 3박 4일 나온 휴가 중 3일 간 하이마트로 출근을 하며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난다.

3일 동안 1000D를 만지작 거리며 고민하는 나를 보며, 결국 직원은 한 번 깎아줬던 가격보다 3만원인가 5만원인가를 싸게 해줬었는데,

카메라를 넘겨주면서, '혹시나 어디서 전화가 오면, 카메라가 전시 제품이라 흠집이 많이 나있어서 저렴하게 받았다.'고 말을 해달라는 소리를 했었다.


아직까지 그냥 나 기분 좋으라고 해준 영업 멘트였던건지,

정말로 원래 안되는건데 3일간 고민을 하고있는 날 보며 안쓰러워서 (혹은 답답해서) 싸게 해 준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나는 첫 DSLR을 손에 넣었다.


컴퓨터가 박살이 나면서, 하드가 손상되는 바람에 가지고 있던 사진의 절반 정도가 날아갔었는데, 처음 카메라를 사서 찍었던 사진들은 남아있더라.

참... 그때 내가 얼마나 기분이 좋았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미친듯이 아무것도 아닌 사진을 셀 수도 없이 많이 찍었구나.

사진을 살펴보는데, 옛날 내가 떠오르는 것 같아서 그냥 흐뭇하게 웃으면서 '이땐 참 기분 좋았었지...' 했다.


아마 2010년


그 때는 RAW라는 것도 잘 모르고, 설정도 잘 모른채로 오로지 JPEG에 그냥 조리개랑 셔터스피드만 조절하면서 찍었던 것 같다.

이게 카메라를 들고 처음 밖에 나왔을 때 찍었던 사진이다. 휴가 나와서 부모님이랑 같이 텃밭에 카메라 들고 나왔던 듯.


부모님 일하는 사진도 엄청 많이 찍었더라.



봄봄봄


2011년

전역하자마자 카메라 들고 첫 해외여행도 가보고.



자갈치 시장에 나 혼자 카메라 들고 사진도 찍으러 가보고 했다.

카메라가 있으니 '사진 찍으러 간다.' 는 소리도 할 수 있더라고.



첫 야경 촬영은 우리 아파트 복도에서 였던 것 같다.

이런 빛 갈라짐은 DSLR만의 특권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 많이 찍었던 것 같다.

야경 사진이 하드에 한 가득이다.



오사카에서 찍은 야경은 삼각대도 없었고, 바람도 강했기 때문에,

갈라짐이 나타나는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참 잘 찍은 것 같다. 이것 역시 모든 설정을 조절할 수 있는 DSLR의 특권...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스마트폰으로는 찍을 수 있을지도... 두렵구나.



이건 친구랑 처음으로 부산 여행을 다녔을 때 찍은 사진인 듯.

부산에 살면서 이런 곳은 처음 가봤던 것 같다. 여긴 어디지, 국제항 근처인가?


그나저나 앞에 있는 배랑 물결이 저렇게 선명하게 찍혔는데, 뒤에 배는 후진이라도 하고 있었던건가?

뒤에 배도 선명하게 나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던 사진이다.



덕유산에 1박 2일로 등산을 갔을 때.

눈 쌓인 설산은 처음으로 가봤기에 힘들기보다는 참 재밌었던 것 같다.


첫 일출 사진이었던 듯.



다시 오사카 여행.


이건 내 1000D의 인생 샷이다. 시간대도 괜찮았는지, 하늘이 새까맣지 않고, 약간 파랗게 나왔다.

지금은 찍으려고 해도, 이제 저 복어 간판이 낡아서 똑같은 사진을 찍을 수가 없겠더라.



왜 패닝샷을 갑자기 찍고 싶었던 건지.

일본까지 와서 패닝샷을 찍겠다고 지나가는 차 사진만 50장은 찍었던 것 같다.




참고로 위 사진들은 전부 다 번들렌즈로 찍은 사진들이다.

그런데도 지금 가지고 있는 70d로 찍은 사진이랑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사실 찍고 싶은 사진들은 다 찍을 수 있었다.

사진 찍으면서, '아, 카메라가 구려서 그런지 좋은 사진 찍기 더럽게 힘드네.' 라고 생각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굳이 100만원 씩 줘가면서 70D를 구매했던 이유는,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기가 힘들었기 때문.

지금은 보급기도 중급기도 사용할 수 있는 ISO가 꽤 높지만, 2008년 제품에다 센서도 엄청 오래된 1000D는 최대 ISO조차도 1600이었다.

실사용이 가능한 ISO는 400정도.

참고로 70D의 최대 ISO는 25600이다.


낮은 ISO만의 조금 특별한 느낌도 있긴 한데, 어머니와 동생의 첫 해외여행 사진을 찍다가 노이즈가 그야말로 자글자글한 사진을 보며,

'아, 이건 요즘 나온 카메라였다면 정말 좋은 사진이었을텐데, 아쉽다...' 라는 생각을 하고는 바로 새 카메라를 찾아봤다.



그렇게 70D를 구매했는데, ISO의 차이가 엄청나긴 엄청나다.

조금만 셔터 스피드가 늦어진다 싶으면 ISO6400까지 올라가고,

심지어는 그렇게 올라가더라도 1000D의 ISO400과 비교해도 비슷비슷한 수준의 노이즈가 나온다.

참 기술이 이렇게 발달했구나, 하고 느꼈다.



일본에서 양념치킨이 너무 먹고 싶어서 사온 양념치킨 소스.

한국에서 만든 제품인데, 뭔가 한국의 양념치킨과는 맛이 미묘하게 다르더라. 그래도 양념치킨 기분이 나서 너무 행복했던 듯.



하야시라이스는 소고기가 들어가야 된다고 하던데, 그럴 돈 따위는 없어서 닭고기를 넣어 만듬.



편의점에서 사 먹은 치킨 도리아?



카메라를 사면서 블로그도 끄적이게 되고,

이런저런 사진도 찍어보고 싶어서 까만 종이로 만든 배경.




이건 스마트폰 원격 촬영으로 찍었다.

처음 사용해 봄.




사실 이런 사진들은 1000D로도 찍을 수 있었을거다.

물론 셔터 스피드가 더 느려지면서 다른 분위기의 사진이 찍혔겠지만, 그럼 또 다른 느낌의 좋은 사진이 찍혔겠지.

6400으로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고 싶은데, 다른 포스팅에 이미 많이 올려서 여기 또 올리기가 좀 불안해서...



이 사진은 ISO6400

아마 여기는 정말 1000D 였다면 사진 찍기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정말 어두운 가게였으니까... 70D로도 셔터 스피드가 나오지 않아서, 조리개는 최대로 개방하고 최대한 떨리지 않게 노력하며 찍었다.


게다가 내가 쓰고 있는 탐론 17-50은 구버젼이라 손떨방도 없다.



이 사진은 ISO2000이다.

여긴 조리개를 5까지 조았는데도, 2000으로도 충분했다. 아마 1000D였다면 셔터스피드가 엄청나게 느려지지 않았을까.



뭐, 이렇다.

보급기와 중급기의 차이라고 한다면 수도 없이 많겠지만, 나는 그냥...ISO만 보고 구매했다.

'사진 찍기에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는 느낌.


확실히 초점이 빨리 잡히고, 초점을 잡을 수 있는 포인트도 많아서 (70D는 19포인트, 80D는 45포인트) 편하긴 하다.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점도 재밌고, 70D는 1000D랑 비교해서 확실히 좋은 카메라지만 그것보다는 그냥 다른 카메라 같다고 할까.


70D를 산 것을 후회한다는 글은 전혀 아니다.

1000D가 안 좋아서 바꾼 것은 아니다...라는 변명 정도.


미안해, 천둥아...내 실력이 모자라서, 널 옷장으로 보내버렸구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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