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키타센쥬, 쇼유라멘과 카페 그리고 기막히게 맛있었던 이자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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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 공항에서 스카이 엑세스를 타고 센쥬 오오바시 쪽으로 오려고 했는데 안내소 직원 한테 물어봤더니 끝까지 스카이 엑세스는 센쥬 오오바시 쪽으로 가지 않는다고 그런다. 구글 지도는 아오토라는 역에서 갈아타면 갈 수 있다고 가르쳐 주는데...

직원을 믿느냐 구글 지도를 믿느냐 고민을 하다가 구글 지도를 믿고 스카이 엑세스를 탔더니, 길찾기에 나와있던 시간 딱 그대로 센쥬 오오바시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직원분 왜 그렇게 단호하셨어요...



여행에 가기 전에는 비가 오지 않을거라고 했는데, 도착해서 날씨를 보니 첫날과 둘째날은 비가 온다고 예보가 나와있다.

힝, 결국 우산을 사서 들고다님.



저번 포스팅에서 도쿄는 키타센쥬처럼 동네 구석에 박혀있는 역조차도 하카타역 뺨칠만큼 크다고 했는데, 세련된 카페와 가게들이 가득한 역 건물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이렇게 멋진 이자카야 골목이 나온다.

나중에 여기서 맥주 한 잔 하자며 친구랑 골목을 지나갔다. 분위기가 너무 좋다.



둘째 날 아침으로 뭘 먹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친구가 라멘이 먹고 싶다고 해서 아침에 라멘을 먹기 위해 타베로그를 한참 뒤적거리다가 찾아낸 라멘집, 린린(りんりん).



타베로그 점수는 3.5점을 넘었던 듯.

구글 지도 평가도 꽤 좋은 편이다.



라멘이 한그릇 고작 330엔.

교자는 갯수가 적혀있지는 않은데 220엔이다. 교자 맛집인지 우리가 라멘을 먹는 동안 교자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포장해갔다.


그나저나 소문대로 도쿄에는 카에다마(면만 리필하는 것)가 없네.

후쿠오카는 보통 메튜판에 카에다마는 80엔, 100엔 이런식으로 적혀있는데.



꽤 연식이 있어보이는 주방기구들.

할아버지 한 분이랑 할머니 한 분, 그리고 아주머니 한 분이 일을 하시는데, 할아버지는 구석에서 교자를 정성스럽게 빚으며 굽고 계시고, 아주머니와 할머니가 주문을 받고 요리를 해 주시더라. 라멘을 주문하자 꽤 금방 나왔다.



나는 고기가 많이 먹고 싶어서 차슈멘을 주문했다.

고기가 기름지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고, 굉장히 담백하다.

라멘 국물도 기름기가 거의 없고 깔끔한 느낌.


정말 후쿠오카의 기름지도 진득~한 라멘과는 정반대구나.

시오라멘인지 쇼유라멘인지 물어봤어야 했는데, 확인을 하지 못했다. 아마 쇼유라멘인 듯.

타베로그에 그렇게 쓰여있었다.



면도 역시 후쿠오카의 국수면 같은 얇디 얇은 면이 아니라 딱 우리나라 사람이 '라면'이라고 생각하는 면이다.

아, 너무 맛있어 보인다.


나는 엄청 담백하고 얼큰하게 잘 먹었는데, 친구는 먹으면서 좀 짜다고 그러더라.

생각해보면 나도 일본에 처음 왔을 때는 간이 꽤 세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었는데, 요즘은 그런 느낌을 왜인지 거의 받지 못했었다.

내 입맛이 변했었구나. 어쨌든 이런 라멘이라면 아침으로 먹더라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자주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아침으로 라멘을 먹고 입가심으로 모닝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카페도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타베로그에 의지하기 보다는 지나가다가 느낌이 괜찮은 가게를 골라 들어갔다.



엄청 느낌있는 카페.

원래 이렇게 오래되면 좀 꾀죄죄하다는 느낌을 받기 마련인데, 그런 느낌은 전혀 없고 굉장히 고풍스럽고 고급스럽다.



가게 이름이 코-히- 모노가타리(커피 이야기)다. 재밌는 이름이네.



친구가 주문한 카페라떼.

색이 굉장히 곱고 좋다. 친구가 살면서 이렇게 맛있는 카페라떼는 처음 먹어본다며 정말 극찬을 했다.



나는 메뉴판을 살펴보다가 카페 글로리아라는 생전 처음보는 커피가 굉장히 신경쓰여서 주문.

주문하기 전에 점원분한테 살짝 물어봤는데, 더치커피와 브랜디를 섞어서 그 위에 크림을 올린 커피라고 설명을 해 주시더라.


그리고... 딱 설명 고대로의 커피가 나왔다.

나는 커피에 설탕과 크림을 넣지 않는 편이라 달지 않을 까 조금 걱정이 됐었는데, 커피가 거의 에스프레소 급으로 진한 맛이어서 의외로 굉장히 맛있게 잘 마셨다.



역시나 오래된 카페인만큼, 단골분들이 굉장히 많이 오는 것 같더라. 다들 모닝세트와 커피를 주문하시고는 담배를 피시고 신문이나 책을 읽으신다. 자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게 아니고 거리가 좀 있는 편이라 다행히도 담배냄새가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카페 주인분에게 허락을 구하고 찍은 내부사진.

기가 막히다. 후쿠오카에도 이런 카페가 동네마다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친구와의 마지막 밤에 찾아간 키타센쥬의 이자카야.

시간대가 좋지 않아서 '아, 오늘 장사 마감했어요... 죄송합니다.' 또는 '아, 지금 자리가 없어서요... 좀 기다리셔야 할 것 같은데...'를 두 번 겪었는데, 날씨도 덥고 짜증이 나기 직전에 발견한 가게.



이치난시 지톳코 쿠미아이

이치난시는 큐슈 미야자키에 있는 시 이름인데, 품질 좋은 닭이 굉장히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일단 앉자마자 시원한 생맥주를 시켰다.

여기는 기린 맥주네. 얼떨결에 도쿄에 와서, 삿포로, 아사히, 기린을 다 마셔본다.



가게에 들어가고 나서 안 건데, 꽤 고급스러운 가게더라.

그리고 고급스러운 가게 답게 정체모를 기본 반찬이 아닌, 신선한 야채랑 우리나라 된장같은 게 나옴.

야채 정도면 무제한 리필해줘도 되지 않나, 흐엉.



배도 많이 고팠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어서 일단 미친듯이 주문.

우엉을 얇게 잘라서 튀긴, 고보칩스.



이건 비쥬얼이 굉장히 그로테스크 한데, 스미비야키라고 해서 큐슈에서 꽤 유명한 안주다.


닭고기숯불로 구워 내 놓은 요리인데, 겉만 살짝 엄청 센 숯불로 구운 요리.

사진으로 보면 알 수 있듯이 속은 거의 생고기기 때문에 좋은 닭고기를 취급 하는 가게에서만 먹어볼 수 있다.


비쥬얼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면 꼭 한 번 먹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닭고기가 꼬들꼬들, 짭짜름한게 정말 굉장히 맛있다.

우리는 이걸 쿠마모토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처음 먹어봤는데, 여기서도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가격대가 꽤 나가는 편인데, 두번 시켜먹음.



이건 치킨남방.

진짜 살면서 먹어본 타르타르 소스 중에 가장 맛있는 타르타르 소스였다.

소스라기 보다는 계란 샐러드 같은 느낌? 게다가 닭고기도 진짜 말도 못하게 부드럽더라.



마지막은 타타키였는데, 닭고기를 겉만 토치로 살짝 익혀서 회처럼 잘라서 나오는 요리다.

이건 오사카 여행을 갔을 때 굉장히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시켰었는데, 의외로 그냥저냥 그렇더라.

닭고기 밑에 깔려있는 양파랑 소스는 굉장히 맛있었다.


이게 오사카에서 먹었던 타타키.

이런 비쥬얼을 원한건데, 너무 회처럼 나와서 그런가... 아무 맛도 안 느껴졌어.


하지만 타타키를 제외하면 정말 너무나도 맛있는 가게였다. 그리고 점원 분들도 굉장히 친절하고...

여긴 정말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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