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인터넷 계약하기, 설치 및 요금, 그리고 프로바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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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처음 왔을 때 인터넷을 계약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결국은 인터넷 계약을 하지 않았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일단 2년 계약이라는 점이 부담이 좀 컸던 것 같고.

가장 큰 이유는 나는 인터넷만 있으면 집 밖에 나가지 않아도 굉장히 행복한 사람이라...

인터넷이 들어오면 분명히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계속 안으로 안으로 들어올 것 같아서 그랬다.


실제로 쿠마모토에서 유학을 할 때, 수업이나 서클활동이 없고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은 하루죙일 방에서 나가지 않고 그랬다.

드라마보고 애니보고 만화보고 영화보고 유튜브보고 게임하고 음악듣고.



처음에는 인터넷이 안되니까 딱히 어디 갈 곳 없어도 그냥 카메라 들고 산책 나가고, 마트가서 한 시간씩 구경하고 참 좋았는데, 여름이 되니까...

그냥 서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라 산책은 택도 없고, 매일매일 카페 가는 것도 부담스럽고, 집에 있어도 할 건 없고...

결국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불 꺼놓고 음악 듣는데 기분이 축축 쳐지고 계속 우울해지더라.


'집에서 공부하면 되지 않음?' 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던데, 나도 그러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근데 등록금 몇 백, 몇 천만원씩 내가면서도 하기 싫었던 공부인데... 역시나 금방 그만둠.

어쨌든 그래서 비자가 연장 되자마자 바로 인터넷부터 신청해서 달았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에 비해서 인터넷이 굉장히 복잡하고 절차가 까다로운데, 나 역시 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사진은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가격 비교 사이트 kakaku.com의 인터넷 비교.

왼쪽에 적혀있는 요금들은 193엔, 256엔 이런식으로 말도 안되는 요금이 적혀있는데, 사실 요금은 평균적으로 4,000엔을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저 금액들은 현금 캐쉬백, 지정 프로바이더, 지정 계약 기간 등을 이용하면 실질적으로 저렇게 된다는 의미.

매달 4,000엔씩 내는 건 대부분 다 똑같다.




근데 찾아보니까... 일단 현금 캐쉬백.

엄청 받기 힘들고 복잡하다고 하더라. 무슨 서류니 앙케이트니 몇 달을 기다리고 작성하고 보내고 해야 된다고 그러네.

그리고 받을 수 있는 날짜도 2년 계약 중 20개월을 넘겼을 때, 혹은 1년 계약 기간 중 10개월을 넘겼을 때 등등 가지각색.

그냥 주기 싫다고 그래라...




그리고 이 캐쉬백을 받기 위해서 지정 프로바이더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프로바이더가 함정이다.

일본의 경우 인터넷 회사에서 바로 집으로 인터넷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인터넷 회사 - 프로바이더 - 집 이런 식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게 되는 것 같던데, 똑같은 인터넷 회사라도 프로바이더가 다르면 인터넷 속도도 천차만별, 인터넷 기능도 천차만별이더라.


이게 얼마나 심한지, 오죽하면 쓰레기같은 프로바이더 회사를 걸러내기 위한 사이트들도 여럿 존재한다.

http://isp.oshietekun.net/ 나는 여기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 정말 유용한 사이트였다. 아마 몰랐다면 그냥 가격 저렴한 프로바이더 덥석 물고 들어갔겠지.

실제로 인터넷에 찾아보니까 프로바이더를 잘못 골라서 중간에 인터넷 회사를 바꾼 사람들 엄청 많더라.

제발 조심하시길...


어떻게 보면 되냐면...위 인터넷 플랜 사진의 1번이 프로바이더, 2번이 인터넷 회선이다.

인터넷 플랜을 살펴보면 so-net / au히카리가 굉장히 인기가 많은 걸로 적혀있는데, 위 사이트에 들어가 so-net을 살펴보면 이렇게 쓰여있다.



번역하자면,

거의 매일 밤이되면 속도 제한이 실시되고 있어, 제한 내용도 터무니없다. (약 1Mbps ~ 10Mbps)

공식홈페이지 게재 거부. au히카리 회선 한정.


'10Mbps면 괜찮은거 아냐? 10메가나 나오는구만!!' 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사실 이건 그냥 숫자 뻥튀기다.

Mbps는 8을 나누기 해야 우리가 생각하는 속도가 나온다. 즉, 최대 속도가 1.25mb라는 소리.

우리나라 ADSL도 이것보다 빠르다.

심지어 본인들은 그런 속도제한은 없다고 잡아떼고 있는 상황.


딱 저 플랜, so-net 프로바이더 회선은 au히카리에 대한 이야기다.

근데 so-net은 인기 1위와 4위다. 왜 인기가 많을까? 답은 간단하다, 싸니까.


이런 이해불가 프로바이더를 선택하면 똑같은 회선을 사용하더라도 캐쉬백을 듬뿍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실제 전화로 확인했다.

'아, 고객님 그 캐쉬백은 이런이런 프로바이더를 사용해 주셔야 하구요... 고객님이 말씀하신 좋은 프로바이더는 캐쉬백이 없습니다.'


그나저나 So-net이면 소니가 운영하는 프로바이더인데, 너무하네.



그리고 계약 기간의 경우도 교묘한 트릭이 존재해서, 실제로는 언제 어느때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적혀있지만... 과연?


인터넷을 개통하면 인터넷 설치비 30,000엔(회사마다 설치비는 조금씩 다름)이 자동적으로 24개월 할부로 요금과 함께 청구되는데, 인터넷 회사에서 그만큼 24개월동안 매달 요금에서 할인을 해준다. 즉,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가 되는 것.

근데 24개월을 꽉 채워서 사용하지 않으면 할인받는 금액이 없어지면서 설치비만 고스란히 남게 된다.

(우리나라 보조금이랑 비슷하다.)


예를 들어 1년만 사용하고 해약할 경우 남은 설치비 절반을 지불해야 한다.

그게 위약금이고, 이게 2년 계약이지 무슨...



하이고 작아서 보이지도 않는다.

1,350엔 * 24개월의 초기비용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걱정마세요!! 매달 1,350엔씩 할인해 드립니다!!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에요!!


아 그런데!!

언제든지 해약할 수는 있지만, 2년 꽉꽉 안 채우시면 남은 설치비는 지불하셔야 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저렇게 함정 밟아가면서, 피해가면서 좋은 인터넷 회사와 프로바이더를 고르고 나면, 인터넷으로 신청을 하면 된다.

그럼 인터넷 회사에서 전화가 오고 주소를 불러주면 설치 일정을 잡게되는데, 이게 1주일에서 최대 5주일까지 걸린다.


나는 8월 초에 전화했는데, 9월 14일에 온다고 그러더라. 딱 5주.

오늘 전화하면 내일 설치하러 와주는 한국에서 온 내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근데 사실 이젠 익숙해졌다. 한 두번 당하는 게 아니라서.


그렇게 설치 일정을 잡고 나면, 집에 계약서가 먼저 도착하고 다음에 루터가 도착.

그리고 설치기사 분이 오셔서 설치를 하고 나면 드디어 인터넷이 사용 가능하게 된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지금 이렇게 집에서 인터넷을 하고있을까.

이건 비밀인데... 전화로 설치 일정을 잡는 도중 이런 얘기가 오고갔었다.


'아, 그런데 제가 8월 31일부터 집에 없어서... 여행 갔다가 돌아오는 날 바로 설치해 주셨으면 좋겠는데...'

(이틀만 당겨주세요...ㅠㅠ)


'아, 그렇군요. 그럼 급하시다고 설치회사에 전해두겠습니다. 아마 8월 31일 이전에 될 거에요.'

(내 뒷 얘기는 듣지도 않고 바로 이렇게 대답을 하심. 8월 31일 이전??)


'?! 네, 제 말이 바로 그 말입니다. 가기 전에 해주세요.'

(옳다구나.)


뭐야, 이럴거면 왜 5주나 기다리라고 한건지?

9월 14일이 제일 빠르다고 했는데, 결국 나는 8월 28일에 설치되었다.

혹시 급하거나 '인터넷이 없어서 정말 미쳐 못 살겠다' 하면 살짝 말 한번 꺼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나는 얻어 걸렸지만...



마지막으로, 혹시 일본어를 잘 하지 못한다면 꼭 일본어를 잘 하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일정을 잡는 게 좋을 것 같다.

첫 달은 무료지만, 둘째 달부터 유료로 전환되는 부가서비스나, 유선랜 / 무선랜 등등 꽤 이것저것 확인하고 신청해야 하는 것이 많더라.




저는 요즘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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