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을 바라보며 먹었던 타이메시 에키벤, 그리고 시즈오카 오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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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쯤 도착한 시즈오카 역.



내일 타야하는 아타미행 열차가 마침 출발하고 있었다.

내가 사진 찍는 모습을 누군가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구나.



시즈오카에는 후지산이 있고, 새까만 국물이 특징인 시즈오카 오뎅도 굉장히 유명하다.

오뎅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삿포로의 '라멘 요코쵸' 처럼 오뎅 거리도 있었는데, 나는 사정이 좀 있어서 오뎅 골목은 구경만 했었다.


그래도 시즈오카까지 와서 까만 시즈오카 오뎅을 먹지 않고 돌아가는 건 말이 안되는 것 같아서, 포장을 해왔다.



대략 10개 정도 되는 것 같았는데, 1000엔. 우리나라의 하나 300원하는 오뎅을 생각하면 비싸지만, 일본의 물가를 생각하면 그냥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느낌.편의점에 파는 오뎅도 100엔씩 하는데...


새까만 색깔과 위에 뿌려먹는 아오노리가 굉장히 특이하다. 다른 지역 오뎅과는 완전 다른 특이한 스타일.

다시를 버리고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양이 줄어들면 일본주랑 소고기 힘줄을 계속 더해가면서 만드는 다시라고 그랬던가?


그 맛이 점점 농축되어 가기 때문에 오래된 가게일수록 맛있다고 한다.

대신 다시를 쭈욱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따뜻한 오뎅 국물을 마실 수 없다는 점은 조금 마이너스. 사진에도 보면 국물이 전혀 없다.



시즈오카라 그런지 시즈오카 한정 맥주가 있었다. 후지노쿠니(후지의 나라) 한정.

가격이 에비스 급으로 비쌌기 때문에 이건 한 캔만 사오고, 나머지 2캔은 발포주로 사왔다.

오뎅 맛이 조금 쌉쌀해서 맥주와 굉장히 궁합이 좋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발.



후지산이 보고 싶어서 후지역에 내렸는데, 후지에서는 후지산이 보이는 듯 안 보이는 듯 애매하다.

다음 열차를 타고 오늘은 빨리 도쿄에 가려고 했었는데, 후지산을 제대로 보고 가고 싶어서 예정을 바꿨다.


그리고... 시즈오카에서 사왔던 에키벤도 얼른 먹고 싶었다.

사실은 기차에서 먹으려고 했던건데, 기차가 2자리씩 독립된 좌석이 아니라 우리나라 지하철처럼 창문에 쭈우우욱 붙어 있는 좌석이어서 도시락을 먹을 수가 없었거든...



후지에서 한 정거장 더 가니 후지산이 잘 보인다. 저게 후지산이구나. 위에 눈이 쌓여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눈이 아니라 구름이다.

역에 역무원도 없고, 손님도 아무도 없다. 열차가 30분에 1대, 1시간에 1대 이렇게 드문드문 온다.

도시락 먹기에는 딱 좋다.



시즈오카 역에서 사온 원조 타이메시 에키벤.

타이메시는 우리나라 말로는 '도미 밥'. 원래는 아이치현의 향토요리라고 하는 것 같던데, 어째서 시즈오카가 에키벤의 원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 상상과는 좀 달랐는데 맛있어 보이는 도시락.


솔직히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끼를 고르라고 한다면, 후지산을 보면서 기차역에 앉아서 먹은 이 도시락인것 같다.

주변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바람 소리와 매미 소리뿐이고, 사람도 없고 나 혼자 후지산을 보면서 달달한 타이메시 에키벤을 먹는데, 먹으면서도 '와, 이런 경험도 다 해보네. 신기하다 ㅋㅋ...' 라고 생각했었다.


'타이메시' 별로 비싸지도 않았는데 너무 맛있었다.

요즘에도 달달하고 짭짤한 그 맛이 문득문득 생각난다.



맛살을 잘게잘게 잘라서 좀 건조시켜서 밥과 섞어 꾹꾹 눌러둔 느낌.

정말 완전 맛있었다.



기찻길이 마을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주변으로는 주택들만 가득하다.

이런 곳에서 살면 조용하고 참 좋을 것 같다.



앉아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맞은편에 기차가 지나간다.

저 기차가 종점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걸까?


아무도 없었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조용히 올라오셔서는 책을 읽으며 같이 기차를 기다려주신다.


저 후쿠오카에서 왔어요!! 하고 말을 걸고 싶었는데...

잡혀갈까봐...



후지산 때문인지 주택가의 점점 고도가 올라가는 느낌.

그리고 이제는 구름에 가려져서 완전히 보이지 않게된 후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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