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카타 역 앞의 살인탄탄면 요우카로, 하지만 우린 한국인이다.

 지금은 하카타 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 직장이지만, 하카타 역 앞에 있는 회사를 다니며 점심을 먹으러 다니고 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가끔 지나치며 굉장히 신경쓰이던 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陽華楼(ようかろう).


 한자의 뜻으로만 번역해보자면 '햇볕이 잘 드는 이층 집'.

 의도한 것이 이 뜻이 맞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한자로만 찾아봤더니 일단은 이런 뜻이었다. 이름도 따뜻하고, 그냥 평범한 가게처럼 보이는 이 곳이 신경쓰였던 이유는... 바로 문 앞에 서있는 한 입간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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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殺人担々麺 (살인 탄탄면)

 ?! 심지어 간판 색깔도 시꺼먼 색에 글자는 시뻘건 색이야. 안쪽에 작은 간판에 또 적어놨어...


 살인 탄탄면이라니...

 '탄탄면이 매운 음식이라는 것은 나도 외국인인 나도 알고있지만... 사람을 죽일 정도라니 도대체 얼마나 맵길래?' 하는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특이한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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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死神担々麺 (사신 탄탄멘)

 살인 탄탄면으로는 모자랐는지, 사신 탄탄면도 있다. '기네스에 올라가 있는 가장 매운 고추로 만든 소스를 맛보세요!'


 웃기기만 한 줄 알았더니, '무슨 일이 있어도 가게에서는 일절 책임 지지 않습니다. 본인 책임입니다.' 라고 진지하게 경고 문구까지도 적혀있다. 뭐지 이 가게... 너무 들어가보고 싶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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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는 테이블이 4개, 카운터 석이 6~7개 정도 있는 작은 구조.


 테이블에 앉았더니 놓여있는 부채에 눈이 간다. '냉방이 이렇게 빵빵하게 틀어져있는데 왠 부채...'라고 생각했지만... 옆 테이블 사람들이 맵다면서 부채질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이해했다. 나도 곧 저렇게 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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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뉴의 제일 위에 있는 것이 사신 탄탄면. 특제 소스가 들어가서 그런지 가격이 꽤 센 편이다. 아래는 살인 탄탄면.

 구글의 리뷰를 찾아봤더니, 매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세번째에 있는 薬膳担々麺 (야쿠젠 탄탄멘)을 추천한다고 많이들 적어두었더라.


 기나긴 상의 끝에 매운 것을 아주 좋아하는 친구는 '死神担々麺 (사신 탄탄멘)'을, 매운 것을 못 먹고, 뜨거운 것이 싫은 나는 '冷やし担々麺 (히야시 탄탄멘)'을 주문하기로 결정.


 기억에 남는 것은 사신 탄탄멘을 주문했더니 가게에 있던 사람들이 힐끗힐끗 거리면서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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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기다리며 가게 인테리어도 둘러보고, 마실 물도 가져오고, 잡담도 좀 하고 하는 도중 나온 사신 탄탄멘.


 첫 인상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에라이 이거 먹고 죽어봐라!!' 같은 느낌으로 고춧가루를 왕창 부어두었다.


 저 렌게(우동 스푼)에 담겨있는 된장 같은 것이 살인 탄탄면에 있는 소스, 저기서 고춧가루가 들어가면, 사신 탄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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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나게 먹을 준비 중.


 면은 좀 두꺼운 편으로 일반 탄탄면이랑은 다른 느낌. 보통은 얇은 면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던데... 또,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가? 약간 심하게 걸쭉한 느낌? 실제로 국물을 마셔봤는데, 굉장히 걸쭉하고 가루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깔끔한 느낌은 사실 많이 없더라.


 섞기 전 국물 자체는 견과류의 맛과 향 같은 게 많이 느껴져서 굉장히 고소하고 맛있었는데, 소스와 고춧가루를 잘 섞고 나니 칼칼하고 끝 맛이 굉장히 매운 느낌. 나는 매운 것을 잘 못 먹어서 머리도 좀 띵한 것 같았고, 기침도 나오고, 물도 많이 마시고 싶고 그랬다.


 매운 것을 잘 먹는 친구에게 직접 들은 감상.

1. 한국의 매운 맛과 다르다. (한국은 얼큰한 매운 맛?)

2. 뒷 맛이 맵다.

3. 혀 뒷 쪽과 목구멍이 따끔거린다.

4. 과하게 들어간 고춧가루 때문에 쓴 맛이 간간이 느껴진다.

5. 무난하게 맛있지만, 엄청 맛있거나 엄청 맵지도 않다.



 호기심에 한 번 와봤지만, 아주아주 특별하지는 않다는 느낌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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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내가 시킨 冷やし担々麺.


 국물이 정말 고소하고 고기도 동동 떠다니는게... 오히려 이쪽은 정말 내가 지금까지 먹어 본 탄탄멘 중에서도 굉장히 맛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매운 맛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울 것 같은?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의외로 안 매웠다네요. 저한테는 엄청 매웠어요.' 라고 말을 했는데 주인 아저씨가 '아, 그래요? 하하' 하는 평범한 반응을 보여주셨다. 사실 메뉴 이름도 독특하고, 간판도 특이해서 '개성 강한 분들이 하는 가게가 아닐까?' 하는 기대도 적잖게 있었는데, 그런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친절하거나 했던 것은 절대 아니고, 오히려 다른 가게들 만큼 충분히 친절하였기 때문에 나는 다음에도 탄탄면을 먹으러 가끔 찾아올 것 같다. 매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울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탄탄면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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