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쿠야, 후쿠오카 히라오의 숨겨진 돈코츠 라멘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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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쩌면 내가 오늘 라멘이 너무 먹고 싶었고, 덤으로 볶음밥까지 너무 먹고 싶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라멘 한 그릇, 볶음밥 한 그릇 먹고 이렇게 흥분하게 될 줄이야. 어쨌든, 내가 라멘을 먹고 엄청나게 흥분한 상태에서 쓴 포스팅이다.



우리 집 근처 히라오를 타베로그로 살펴보면 점수가 3.5점에 가까워져서 별이 주황색이 된 가게들이 3~4개 정도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라멘집이다.

(타베로그는 평가가 없으면 별이 회색, 평점이 3점 전후반일 경우 노란색, 3.5점에 가깝거나 넘을 경우 주황색으로 표시한다.)


하지만 나는 라멘을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편이라서 그 동안은 별로 들어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는데, 라멘과 볶음밥 두가지를 모두 먹을 수 있는 가게는 여기밖에 없었기에 오늘 처음 들어가보게 되었다.



가게는 이런 느낌.



메뉴는 라멘집이 그러하듯, 오래된 가게들이 그러하듯 평범하다.

전체적으로 저렴한 편인데, 특히 카에다마(면을 한 그릇 더 받아 먹는 것)가 겨우 80엔이다.


530엔에 라멘 한 그릇 먹고, 카에다마를 한 그릇 더 받아먹으면 라멘 두 그릇이 겨우 610엔이다.

엄청나다.



나는 몇 일 전부터 중국집 볶음밥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라멘에 150엔만 더 내면 볶음밥과 세트로 먹을 수 있었다.

감동감동...


메뉴를 보면 가게가 꽤 오랜된 곳임을 알 수 있다. 누렇고 때가 많이 탔다.

다른 손님들은 들어와서 메뉴도 보지 않고 라멘이랑 교자 세트, 혹은 볶음밥 세트를 주문하더라.



내부는 이렇게 생겼다.

내가 들어갈 때는 거의 만석이었는데, 중간쯤 손님들이 싹~ 빠지더니, 나갈 때 쯤 되니까 다시 우르르 몰려들어와서 거의 만석이 되었다.

역시 현지 주민들은 맛있는 가게를 다들 잘 알고 있구나. 나는 오늘 처음인데... 부끄럽도다.


처음 들어갈 때는 가게 내부가 좀 더워서 '헐, 설마 이렇게 더운데 에어컨을 틀지 않은건가?'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주방의 불이 너무 세서 그 열기가 에어컨을 이기고 있던 거였다. 물이 셀프라서 물을 가지러 에어컨 앞을 살짝 지나갔는데, 에어컨은 에어컨 나름대로 정말 미친듯이 세게 돌아가고 있더라.

고생하십니다.



요리하는 주방장 아저씨의 솜씨가 정말 엄청나다.

나도 작년에 일본의 우동집에서 아르바이트를 1년 간 거진 풀로 들어가있으면서 면에서 물을 털어내는 작업을 적어도 수천번은 하면서 나름 익숙해지고 요령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마스터의 솜씨가 진짜... 장난없다.


면을 공중에 팍!! 던져서 그 떨어지는 면을 받아내는 방식으로 물을 털어내시는데, 진짜 보고 있으면 감탄밖에 나오지 았더라.

그리고 볶음밥 역시 중화요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손목 스냅이...박력 넘치신다. 규칙적으로 촥!촥!촥! 소리가 들린다.

절대 맛이 없을 수가 없는 테크닉으로 요리를 하신다.



그리고 아래가 결과물



진짜 볶음밥을 받았는데 웃음이 나오더라.

진짜 이런 볶음밥이 너무 먹고 싶었다. 우리나라 중국집에서 먹을 수 있는 그런 고슬고슬하고 기름이 듬뿍 들어간데다가 재료가 잘 섞인 이런 볶음밥.

집에서는 불이 약해서 이런 고슬고슬한 볶음밥을 만들 수 없는 걸까?


이런 고퀄리티 볶음밥이 겨우 150엔.



그리고 왠일로 먹고 싶어졌던 라멘.

아아, 라멘이다. 차슈다.


게다가 꼴랑 530엔 밖에 안하는 라멘에 차슈가 2장이나 들어가있다.

보통은 한 장 들어가 있거나, 아예 안 들어가 있거나 그렇다.


챠슈의 위에 있는 미역인지 다시마인지 해산물처럼 보이는 게, 목이버섯(키쿠라게).

이 키쿠라게도 돈 받고 토핑해 주는 곳이 꽤 많다. 물론 여기처럼 그냥 들어가 있는 곳도 있기는 하다.



안타깝게도 면은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종류의 얇은 면이었지만, 굉장히 맛있었다.

국물이 돈코츠 라멘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부담스럽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시오라멘이나 쇼유라멘처럼 가벼운 그런 느낌도 아닌, 적당한 임팩트를 가지고 있는 라멘이라고 할까...


게다가 면과 국물이 정말 잘 어울리는 이 라멘.

일본은 국물 따로, 면 따로 끓여서 라멘 조리를 하다 보니 면과 국물이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개인플레이를 하는 느낌이 드는 라멘집이 많은데 여긴 정말 기가 막히는 협동플레이를 보여줬다.


그러다 갑자기 떠오른게, 마스터의 기가 막힌 테크닉. 이게 아마 면에서 수분을 잘 털어내서 그런게 아닐까?

내가 처음 우동집에서 알바를 할 때 점장님이 그런 말을 했었다. 면에서 수분을 잘 털어내지 못하면 우동 국물과 면 사이에 물로 얇은 막이 생겨서 맛이 이상해진다고. 그때는 '에이, 설마~' 했었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까지 후쿠오카에서 먹어본 라멘 중에 가장 맛있는 라멘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까지 나는 후쿠오카의 신신라멘이 가장 맛있는 돈코츠 라멘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맛은 두 가게 다 기가막히게 맛있지만 가격차이가....

이제는 어디 라멘이 좋냐고 물어보면 망설임없이, '히라오에 숨겨진 라멘 맛집이 있는데... 거기가 진짜 맛있고 가격도 저렴해.'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타베로그는 우리나라의 네이버 블로그가 요즘 광고 포스팅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처럼, 한 때 점수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게 크게 논란이 되었었다.

지금은 뭔가 독특한 시스템을 도입해서 신뢰도가 높은 사람이 주는 점수는 반영도가 높고 신뢰도가 낮은 사람이 주는 점수는 반영도가 낮고 그렇다.


근데 그런 얘기는 가게들이 잔뜩 몰려서 피터지는 경쟁을 하고 있는 곳의 이야기지, 이런 곳은 전혀 관계 없는 얘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이런 구석진 곳에 숨어있는 가게는 타베로그에 점수를 매기는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다. 거기다 신뢰도가 높지 않은 사람들이 주는 점수는 가게 점수에 반영도 잘 안된다. 만약 이 가게가 텐진에 있었다면 평점 4점 가까이 찍을 수 있지 않았을까?



너무 맛있고 저렴한 라멘과 볶음밥이었다.

그리고 충격적인 가격 680엔.




멘토쿠야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 ~ 오후 4시30분(주말, 공휴일은 12시 오픈)

저녁 7시 ~ 밤 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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