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에서 처음 먹어본 쌀국수, 베트남 요리 ゴンゴ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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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특별히 가리는 요리가 없는 편인데다가, 이것저것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다양한 요리들을 먹어 본 것은 아니다. 새로운 곳을 가고 새로운 것을 먹는 것도 참 재미있다고 느끼는데도, 의외로 아직까지도 많은 요리들이 어떤 맛인지, 향은 어떤지 조차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말 왜 지금까지 먹어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리가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쌀국수였다. 이제는 보기 힘든 요리도, 접하기 힘든 요리도 아닌데... 그리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또 추천하는 요리이기도 한데... 나는 쌀국수를 먹어 본 적도 없고, 먹어보려고 생각했던 적도 없다. 왜일까.


 사실 아예 먹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군대에서 부식으로 나오는 쌀국수 컵라면이라는 것을 먹으면서 '헐, 컵라면인데 면이 이렇게 쫄깃쫄깃하다니 정말 컬쳐쇼크.'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얼큰 쌀국수'? 구글에서 찾아보니 이렇게 희안하게 생긴 컵라면이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ㅎ.

 그리고 더 웃긴 건 다른 사람들은 정말 맛이 없다며 먹지도 않았는데 나는 그걸 먹으면서 '쫄깃쫄깃!! 맛있!!' 이라며 행복해했었다.



 그나저나 '계기란게 참 중요하구나.' 라는 생각이 든 것이, 나는 후쿠오카에 살면서 단 한 번도 '쌀국수를 먹으러 가야지' 라던지 '베트남 요리를 먹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랬는데 친구의 '쌀국수가 먹고 싶어!! 저번에 한 번 지나가다 보여서 들어가서 먹었는데, 그건 생각하던 쌀국수가 아니었어!! 고수가 팍팍 들어간 쌀국수!!' 라는 귀여운 하소연을 듣고 불과 며칠 만에 여기까지 찾아오게 되었다.


 후쿠오카의 베트남 요리 전문점, ゴンゴン (곤곤)



 위치는 야쿠인 쪽인데, 이쪽 거리가 은근히 맛집도 많고 카페도 많고 참 좋은 거리다. 우리는 베트남 요리 ~ 노커피 코스를 생각하고 갔었다. 하지만 NO COFFEE는 정기휴일, 헐.


 아, 정말 유명한 백금다방도 여기 근처에 있다. 우리도 가보려고 했는데 웨이팅이 너무 길어서 그러지는 못함.



 가게 분위기는 이런 느낌. 구글 리뷰에 헌 집을 리모델링 해서 만든 곳이라고 적혀 있던데 진짜인지 아닌지는 확인해보지 못했다.


 가게 안에 베트남 라디오로 추정되는 라디오 방송이 계속 흘러나오는데, 재미있다. 전혀 알아 들을 수 없었지만...

 불경 비스무리한 음악도 나온다. '오오호호하오라아로아리레오~' 이런 느낌? 역시 언어란 신기해.



 테이블 석과 카운터 석도 적절하게 있고, 피크타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손님들이 들어오는 편이었다. 은근히 알려지고 인기가 많은 가게 같았다. 혼자 밥을 드시는 분들, 점심 시간에 편한 가게에서 맛있는 밥을 먹고 수다를 떠는 분들, 후쿠오카에 살고 있는 베트남 분들 등등등...



 일본의 식당들은 대부분 런치 메뉴가 굉장히 잘 구성되어있는 편이라, 점심을 먹는 것이 저녁 시간대보다 저렴한 가격에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나는 좀 더 나아가서 '런치 메뉴를 먹어봐야 그 가게가 어떤 가게인지 알 수 있다' 고 까지 말하는 편이다. 정말 치열한 런치 타임의 경쟁 속에서, '우리 가게의 대표 메뉴는 이거랑 이거다!! 그리고 이것까지 얹어준다!! 어떠냐!!' 이런 느낌이라.


 곤곤의 런치도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고, 가격대도 괜찮게 형성되어 있었다. 우리는 메뉴판을 펴놓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フォーセット와, ブンボーセット를 주문.



 친구가 마셔보고 싶다고 하여 시킨 베트남의 국민 맥주라고 하는 사이공 스페셜, 라거 맥주.

 여행 갔던 사람에게서 받아서 마셔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맛은 우리나라 맥주와 비슷하지만 향이 좋은 느낌.



 면 세트를 시키면 하루마키(월남쌈) 세트와, 돼지고기 돈부리(덮밥)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데, 우리는 두 사람이라 두 개 다 먹어 볼 수 있었다.

 하루마키가 참 이쁘다. 웃긴게 나는 쌀국수는 안 먹어 봤으면서 라이스 페이퍼로 만든 요리는 엄청 좋아해서 집에서도 종종 해먹었었다. 내가 해 먹을 때는 저렇게 예쁘게 말리지 않던데... 역시 전문가...


 샐러드 위에 올려져있는 옆에 작은 하루마키는 튀긴 듯이 구운 요리였는데, 만두와 맛이 굉장히 비슷했다.

 춘권 같은 느낌.



 이게 부타동. 짭쪼름하고 달달한 것이 무난하게 맛있었다.



 잠시 후 나온 쌀국수 フォーセット.

 숙주 나물과 파와, 쌀국수 면. 그나저나 친구가 애타게 찾았던 고수는 어디에?



 면이 투명하면서 하얀색인 것이 참 맛있어 보인다. 오징어 회 같기도 하고... 너무 탱글탱글하고 쫄깃쫄깃했다.



 고수가 없었던 것이 아니고 호불호가 강하니까 이런 식으로 따로 나왔다. 참고로 고수는 일본어로 파쿠치(パクチー)라고 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본에는 '한국 사람은 파쿠치를 못 먹는다.' 라는 얘기가 엄청 유명하다.


 나는 그냥 먹는 사람은 먹고 못 먹는 사람은 못 먹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일본 사람들은 대부분 다 잘 먹어서 그런 얘기가 있나?


 우리는 조금 모자란 것 같아서 더 시켜먹었는데, 점원분이 뭔가 머뭇머뭇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수를 더 주는 시스템이 없었는건지도 모르겠다. 설마 우리가 처음은 아니었을텐데...



 고기 국수 같은 느낌의, ブンボーセット.



 여기도 고수가 같이 나와서 잔뜩 넣어서 먹어보았는데, 나는 아주 괜찮았던 것 같다. 면은 쫄깃쫄깃하고, 고기도 맛있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국물이 일본에는 잘 없는 한국의 얼큰하고 시원한 맛과 굉장히 비슷해서 너무너무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었다.


 아마 주변에 있었다면 술 마신 다음 날 꼭 찾아갈 것 같은 느낌? 이제 나가사키 짬뽕 말고도 술 마신 다음 날 생각나는 요리가 하나 더 생겼구나. 일본은 숙취 해소가 너무 힘들어... 미소시루에 이치미 팍팍 정도?



 마무리로 나온 커피 젤리에 코코넛 말린 것이 살짝(으로 추정).



 계산을 하고 나오려는데, 친구가 위에 걸려있는 칠판에 적힌 베트남어를 궁금해해서 물어봤었다. 그랬더니 '요리를 하는 마스터가 적은건데, 지금 자리를 비워서 잘 모르겠다' 며 난감해 하시길래, '아 그럼 괜찮아요, 다음에 또 올게요.' 하고 가려는데, 슥 다가온 또 한 명의 종업원.

 그리고는 '옆 테이블에 앉아있는 베트남 출신의 단골 손님들에게 물어보면 된다.' 면서 물어보고, 그 베트남 분들이 직접 베트남어를 일본어로 번역을 해주시는 아주 재밌는 추억이 생겼다. 적혀있는 의미는 '당신의 행복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비슷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따뜻한 내용에 가게의 분위기와도 참 잘 어울린다. 일하는 분들도 친근하고 너무 좋았다.



 아래 사진들은 같이 간 친구가 찍은 사진. '역시 사람마다 사진 찍는 스타일이 정말 다르구나.' 하고 느꼈다. 친구 사진은 왠지 보기만 해도 즐거움과 기대감이 느껴진다.





 좋은 가게를 발견한 즐거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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