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로 후쿠오카 여행을 온 친한 행님과 맥주를 진탕 마셨다
- 여행/ETC
- 2016. 12. 29. 10:10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날 우연히 쉴 수 있게 되어서, 항상 회사 업무 때문에 시간이 잘 나지 않았던, 학교 다닐 때 친했던 아는 형한테 연락을 했었다. '저 24일 25일 쉬는 날인데, 행님 크리스마스도 못 쉬어요?' 라고. 그랬더니 진짜로 형이 정말 어렵게 시간을 내서 1박 2일로 후쿠오카에 여행을 왔다.
항상 나는 외로움을 전혀 느끼지 않는 성격이라고 주변사람들에게 말했었는데, 일본에 와서 '사실 난 외로움을 엄청 느끼는 성격 아닐까...?' 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계속 친구를 부르고 싶고, 같이 밥 먹으러 가고 싶고 그렇다.
근데 사실 아직도 약간 애매모호 하기는 하다. 사람들이랑 같이 놀고 싶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하고 싶은데, 막상 그렇게 하면 빨리 집에 가서 이불 펴고 자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그렇다. 뭘 어떻게 하면 되는 건지...
그러고보면 옛날에 심리학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이 '어떤 사람은 밖에서 사람들이랑 모여서 노는 게 충전하는 것이고, 어떤 사람은 집에서 혼자 지내는 것이 충전하는 것이다. 후자는 충전을 해야 사람들도 만나고 할 수 있다.' 라고 말을 하셨었는데, 맞는 것 같다. 근데 교수님, 제 배터리는 엄청 용량이 적은 것 같습니다...
어렵게 시간을 만들었다보니, 1박 2일로 일정이 굉장히 빡빡했는데 다행히 형은 따로 가고 싶은 관광지는 없다고 하더라. 쇼핑 좀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맥주 한 잔 하고, 3년 전에 신사에서 샀던 부적(お守り)을 새로 바꾸면 그걸로 하고싶은 건 모두 끝이라고 하길래 그러기로 했다.
형은 아침 7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3시 30분에 집을 나섰고, 나는 새벽 4시에 자서 아침 8시에 일어나 마중을 나갔다. 둘다 약간 비몽사몽 상태로 먹은 모닝 라멘 아니, 아점 라멘.
집 근처의 '시나소바 얏짱치' 라고 하는 곳인데, 개인적으로 참 맛있다고 느끼는 라멘집이다. 대신 문제는 새벽부터 점심시간까지만 영업을 한다는 점... 나는 시간이 잘 안 안맞아서 결국 거진 1년만에 겨우겨우 다시 왔다.
나는 기본 시오 라멘이었고, 형은 고기가 많이 들어간 쇼유 라멘이었다. 여전히 정말 맛있더라.
그렇게 아침 첫 끼로 라멘을 먹고는, 소화도 시킬겸 걸어서 텐진으로 가서 로프트 구경을 좀 한 뒤에,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머리가 둔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지.
형이 주문한 새로 나온 말차 라떼 사진인 것 같네. 말차의 쌉쌀함과 크림의 달콤함이 잘 섞여서 굉장히 맛있다고 하시더라.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카페인을 맛나게 섭취하고 나서는 드럭 스토어도 보고, 애플 스토어도 구경하고, 소니 스토어에서 새로 나온 헤드폰도 들어보고 그랬다. 전부 다 스토어네. 근데 굉장히 재밌었던 것 같다.
그나저나 우리는 맥북 에어가 엄청 가볍다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애플 스토어에서 들어봤더니 한 손으로 들기는 좀 무겁다고 느낄만한 무게더라. 다른 노트북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가벼운 느낌이었기는 했지만.
그리고 소니의 새로 나온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MDR-1000X 엄청나더라. 40만원의 가치를 한다고 해야하나? 완벽하게 소음 차단이 되는 것은 아닌데, 귀에 대고 노이즈 캔슬 기능을 껐다 켰다 반복해보니까 확실하게 알겠더라. 나는 처음에는 약간 소름도 돋았다. 비행기 타서 음악 들으면 절대 비행기 엔진 소리가 안 들릴 정도.
그리고 더욱 충격적인게, 사람마다 두상이 다르고, 안경을 쓴 경우도 있고 그러니까 사람마다 노이즈 캔슬링을 최적화도 시킬 수 있다고 그러더라. 으어, 완전 가지고 싶다... 나 비행기 타는 거 완전 무서워 하는데 이 헤드폰만 있다면 엔진소리도 안 들리고 바로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이곳저곳 헤매며 구경을 하다가 점심을 먹으러 찾아간 곳이 텐진의 이와타야 백화점 7층에 있는 타츠미 초밥집. 사실 효탄 스시를 가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이미 런치 영업이 끝난 상태였고, 그 다음으로 찾아간 회전 초밥 스시로는 대기줄이 대략 1시간 이상... 그 다음이 타츠미 스시였다.
여기가 왜 제일 마지막 선택지였냐면, 평가가 나빴거나 그런건 아니었는데, 뭔가 조금 애매했다. 효탄 스시는 가성비 최고 스시집이라고 설명한다면, 스시로는 저렴한 회전 초밥집. 근데 여기는 뭐라고 딱 설명할 단어가 없었다. 고급 스시집? 그렇게 고급스러운 가게는 또 아닌 것 같았는데... 그러고보면 가격이 조금 센 편이기는 했다. 제일 저렴한 런치 메뉴도 3만원이고, 그 다음이 4만원 메뉴. 과연 이 값어치를 하는건지 아닌건지 확신이 없었다.
어쨌든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찾아간 타츠미 스시. 내부는 카운터석이 6개 정도에, 테이블이 3~4개 정도. 좌식 룸도 있다고 하던데 구석에 있어서 어떤지 확인은 못했다. 우린 테이블에 앉아서 4만원짜리 런치 메뉴를 주문했는데, 우리 뒤로 온 손님이 앉자마자 담배를 핀다. 초밥집에서 담배라니...
먼저 나온 샐러드.
차완무시.
처음에는 밑에 깔린 조개류가 참 마음에 안들었는데, 요새는 나름 맛있게 먹고 있다.
생선 이름은 잘 모르겠다. 여기는 특이한 게, 초밥을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 아니라 모든 초밥에 간이 되어있었다. 나는 와사비를 엄청 좋아해서 와사비를 좀 많이 넣어 먹고 싶었는데, 아쉽.
오른쪽 아래에 있는 게 고등어 초밥인데, 고등어 초밥은 처음 먹어봤는데 전혀 비리지도 않고 계란말이 같다고 해야하나? 달달하고 굉장히 부드럽더라. 고등어 위에 다시마 같은 것이 덮혀져 있는 것이 신기했다.
오징어가 질기지 않도록 꽃처럼 잘라놓았다.
유부초밥과 그리고 참치의 토로(とろ)라고 하는 부위. 참치가 진짜 어어어어어엄청 부드럽더라. 입에 넣자마자 녹는 느낌? 근데 너무 부드럽기만 하지는 않고, 중간중간 있는 힘줄? 근육? 이 꼬들꼬들 씹히는 게 상당히 독특한 식감이었다.
새우 초밥을 정말 좋아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위에 발라져 있는 특이한 소스가 새우 냄새를 다 없애버려서 식감만으로만 먹었다. 조금 아쉽. 오기전에 고민이 많기는 했지만, 초밥의 양이 조금 적은 점과 담배를 피는 손님을 제외하고는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는 저녁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노래방을 갔었다. 텐진에서는 처음 갔는데 30분당 200엔이고, 원 드링크를 시켜야 해서 음료 가격이 380엔 정도. 그렇게 한 사람당 1시간 780엔으로 노래를 실컷 부르고, 이번에는 텐진 무인양품 안에 있는 카페로.
옆에 있는 명함은 무인양품 구인 카드.
아무래도 무인양품이 꽤 유명한 곳이다 보니 한국 분들도 많은 것 같더라. 가족 단위도 많고, 커플들도... 다들 크리스마스라고 여행 오신 거겠지? 좋겠다...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생각하다가, 우리 집 쪽으로 걸어가면서 좋아보이는 가게에 들어가기로 했다. 근데 의외로 들어갈만한 가게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고, 결국 내가 출퇴근을 하면서 괜찮아 보였던 술집으로 가기로 했다. 항상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역시 이자카야는 혼자 들어가기가 좀 어려워서 아직도 못 가본 가게, 酒房まじょらむ.
가게 밖에서 봐도 내부의 따뜻한 분위기가 전해진다고 그래야 하나? 그랬는데 안에 들어가니 역시 따뜻하고 좋더라. 근데 크리스마스 이브에 올 만한 가게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3시간 동안 우리말고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이유가 뭐였는지 처음에는 모르겠던데, 나중에는 좀 알 것도 같았다. 그 이유는 마지막에.
오픈 이벤트라고 손님들 1,000팀이 올 때까지 맥주 200엔 이벤트를 하고 있더라. 오픈한지 꽤 됐던걸로 기억하는데, 아직 1,000팀도 못 받았구나. 분위기가 좋아서 괜찮아 보이는데.
오토오시(자릿세 겸 기본 안주)와 연근 모양 젓가락 받침대와 대나무 젓가락. 대나무가 부드러우면서 끝이 날카로워서 뭔가 잘라먹기가 굉장히 편했다.
너무 재밌게 마셔서 카메라는 테이블에 올려 놓기만 하고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요리는 일본 가정식이 간이 조금 센 느낌? 굉장히 술 마시기 좋은 안주들이 많았다.
손님도 아무도 없고 사실 간단하게 먹고 나가려고 했는데... 어... 둘이서 맥주 7잔, 8잔씩은 마신 것 같다. 마무리는 가볍게 매실주.
근데 하나 재미난 걸 발견했는데, 분명 '이 정도 마시면 취하겠구나.' 하는 양은 넘어버렸는데도 말도 많이 했고, 재미도 있었고, 꽤 오랜 시간 앉아있었기 때문에 그런지 전혀 취기가 올라오지 않더라.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둘이서 '역시 술은 이렇게 재미나게 마셔야 한다.' 면서 웃었다.
계산을 한 후 나가려고 하자, 점원분이 자기 손바닥에 적혀있는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를 힐끗힐끗 보시면서 한국어로 서툴게 말해주셨다. 그리고 문 밖에까지 나와서 '또 오세요~' 라고. 아마 스마트폰으로 찾아보고 '나중에 저 사람들 갈 때 말해줘야겠다.' 해서 손바닥에 적어둔거겠지? 참 고맙다.
친절하기도 엄청나게 친절했고, 요리도 굉장히 맛있었는데, 딱 하나, 술 가격이 꽤 비싼편이라 '아마 이대로라면 좀 힘들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예를 들면, 가게에 계신 분들은 술을 잘 안하시는 분들이라 잘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고 있지만 그런건지, 매실주 소다와리를 시켰는데도 작은 록 잔에 나오는 것은 좀 충격적이었다. 보통 매실주를 록으로 시키면 록 잔에 나오는데, 탄산을 섞으면 탄산의 양이 있으니까 굉장히 커다란 컵에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근데 탄산을 섞었는데도 불구하고도 작은 록 잔으로 매실주가 나왔다... 그럼 메실주는 정말 향만 나는 정도고, 나머지는 탄산. 결국 이건 매실향이 나는 탄산수지 술이 아닌거지... 심지어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탄산을 섞었는데도 가격은 50엔 더 비쌌다. 큰 잔에 나오는 경우에는 50엔, 100엔 비싼 경우도 아주 가끔 있기도 한데, 작은 잔에 나오면서 50엔 플러스는... 무슨 이유지? 탄산수가 아무리 비싸도 메실주보다 비쌀리는 없는데.
분노의 그림판
맥주도 잔이 좀 작은 편이었는데, 가격은 다른 가게와 비슷 혹은 비싼 편이었고... 전체적으로 참 좋았는데 술에 대해서 다시 한 번만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없어지기에는 너무 아까운 가게다.
그리고는 집에 가다가... 집 바로 앞에 있는 바도 잠깐 들렀다. 아츠캉(데운 소주)과 우메슈 소다와리(탄산을 섞은 메실주)를 시킨 것 까지는 좋았는데, 적당한 안주가 메뉴판에 없었다. '어떻게 하지, 술만 먹기는 좀 애매하고, 배는 부른데.' 하며 둘이 고민하고 있는데, 마스터가 오더니 '뭐 따로 만들어 드릴까요?' 라고 물어보더라.
'저희가 지금 배가 너무 불러서, 바로 나오는 가벼운 안주가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라고 했더니 배추 절임이 있다고 하셨고, 그렇게 나온게 사진에 있는 배추절임. 짭짜름한 배추에 갈은 깨가 듬뿍 올라가 있었는데 굉장히 맛있었다.
바에서 돌아온 우리는 새벽까지 방에서 얘기를 하다 잠들었고, 다음날 12시에 일어나서 형은 2시 55분 비행기를 타고 돌아갔다.
언제 또 한국 지인이랑 이렇게 재미나게 얘기하며 술을 마실 수 있을까? 참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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