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오키나와, 국제거리 이자카야와 야타이 무라에서 술 마신 일기

 저는 후쿠오카의 회사원입니다.


 후쿠오카에서 출발할 때는 분명히 겨울 날씨였는데, 오키나와에 도착했더니 최고 기온이 20도였습니다. 최저 기온은 대략 10도에서 15도 정도. 오키나와는 12월까지도 스노쿨링이 가능하다고 하던데, 길쭉한 나라는 정말 신기합니다.


 저도 보비도 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라, 항상 저녁은 가벼운 알코올과 함께 하였습니다. 

 첫번째 알코올은 저녁에 간단하게 들린 허름한 국제거리 뒷골목 이자카야 였습니다. 아주 특별한 안주는 없었지만, 오리온 맥주를 맛있게 잘 마셨습니다. 오랜만에 먹는 우미부도는 여전히 정체 불명의 맛이었습니다.


 관광객들은 잘 오지 않는 곳이어서 그런지 한국어 메뉴가 없었고, 한국 분들도 없는 줄 알았는데 카운터에 앉아 계시던 분이 한국 분이었습니다.

 저희가 한국 사람에 일본어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시고는 도움을 요청하셨었는데, 주문한 안주도 나눠주시고, 술도 나눠주시고, 가시기 전에는 고맙다며 오키나와에서 산 기념품도 주고 가셨어요.

 그 기념품은 지금 저희 집 전등에 매달려 있습니다. 좋은 분이었어요.



 味処 だいこん

 저녁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내부는 많이 들어가면 25명 정도 들어갈 크기? 저희가 갔을 때는 할아버지 한 분만 가게에 계셨습니다. 구글 리뷰랑 사진을 보니 할머니도 계신 것 같은데 이 날은 쉬는 날 이셨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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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는 오리온 맥주를 마시려면 오키나와까지 왔어야 했는데, 요즘에는 큐슈 지역의 마트에서도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희소성이 많이 떨어져서 이제는 기념품으로 사오기는 애매합니다. 예전에 사다드렸을때는 참 좋아하셨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은 기념품으로 사가셔도 괜찮을 것 같네요. 맥주에서 단 맛이 스쳐지나가는 것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유럽 맥주에 있는 단 맛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요.

 술 좋아하시면 꼭 드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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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예전에 우미부도(바다포도)를 먹어봤지만, 보비는 먹어 본 적이 없다하여 제일 먼저 주문했습니다. 톡톡 터지는 식감과 짭짜름한 맛이 나름 별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뭐라 설명하기 힘든 맛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지근하고 짭짤느끼한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초니까 건강에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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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종류의 안주를 바랬었는데, 작은 동네 술집이다보니 메뉴 종류가 적은 편이었습니다. 맛있는 술도 중요하지만, 맛있는 안주도 중요한 우리는 자리를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이번에는 관광객이 많은 곳으로 가보자 하여 찾아간 포장마차 골목(정식명칭은 国際通り屋台村)의 16번 가게 じゅんちゃん.



じゅんちゃん

 오전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화요일은 오후 6시 오픈)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휴식.



 오키나와에서 가장 호객 행위가 활발한 곳이 아닐까요. 붙잡거나 아주 가까이 오지는 않지만 메뉴 보고 가라며, 자리 있다며 여기저기서 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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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 바깥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는데, 유리문이 화려하네요. 가게 내부도 왁자지껄한 게 분위기가 괜찮아 보였어요.

 시간이 조금 늦은편이라 그런지 테이블을 2개 붙여주었습니다. 주문을 많이 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테이블에 요리가 다 가득차서 그릇이 떨어질까 조마조마한 상태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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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는 오리온 맥주가 아닌 하이볼을 주문. 하이볼은 위스키와 탄산수와 얼음을 섞은 여름에 어울리는 칵테일입니다. 레몬과 얼음이 듬뿍 들어간 하이볼을 마시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너무 맛있고 사진이 예쁘게 나와서 기분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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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말로는 족발, 일본 말로는 톤소쿠(豚足), 오키나와 말로는 테비치(てびち).

 우리나라 족발은 쫄깃쫄깃 하다면, 일본 족발은 흐물흐물 한 것이 특징입니다. 아주아주 느끼하구요. 저는 맛있었는데, 족발을 엄청 좋아하는 보비는 먹기 힘들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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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비치의 다음은 라후테(ラフテ―).

 우리나라의 수육 또는 동파육과 비슷, 일본 말로는 카쿠니(角煮).

 오키나와는 특이한 말이 참 많아요.


 역시나 흐물흐물합니다. 좋게 말하면 아주 부드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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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젓가락으로 살짝 힘을 주기만 해도 이렇게 고기가 갈라집니다. 아주아주 부드러우면서 느끼한 맛.

 토마토 소스가 발라져있어서 새콤한 맛이 느끼한 맛을 잡아보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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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튀김 요리도 먹고 싶어서 고민하다 주문한 모즈쿠 튀김(모즈쿠는 오키나와에서 유명한 해초, 큰실말?). 식감이 굉장히 독특했어요. 

 이외에도 스팸 구이, 계란 말이 등등을 주문해서 야타이 무라를 즐기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고 괜찮았던 것 같아요.



 둘째 날은 저희 호텔 근처에 있는 이자카야를 방문했습니다.

 ぶらんちゅ

 영업 시간은 오후 4시부터 새벽 3시까지라고 하네요.



 오키나와 국제 거리의 중심부 근처에 있었습니다. 돈키호테에서 걸어서 5분 걸리지 않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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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키나와 요리, 창작 요리라고 적혀있더라구요. 오리온 등과, 쿠마몬 스티커가 참 귀엽네요.

 그리고 가게 앞 메뉴판에 글만 빼곡히 있는 것이 아니라, 사진이 많이 붙어있어서 참 좋았어요.


 이 사진에서 가게 내부가 살짝 보이는데 텔레비젼이 있는 것이 보이시나요? 저희가 갔을 때는 미니언즈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틀어주고 있었는데, 소리도 안 들리는 그 애니메이션이 어찌나 재밌던지.


 오키나와에서 후쿠오카에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넷플릭스와 아마존 비디오로 미니언즈 시리즈를 정주행 한 것이였어요. 너무너무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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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운터 자리에 붙어있던 일본의 전통 카드 게임. 한 글자를 말해주고 그 글자로 시작하는 문장이 적혀있는 카드를 제일 빨리 가져가는 게임이에요. 일본어로는 カルタ라고 합니다.


 각 문장에 오키나와에서만 사용되는 특이한 단어들이 많아서 재밌더라구요. 제가 대학에서 일본어를 공부할 때, 교수님이 이런 소리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삿포로 사람과 오키나와 사람을 만나게 했더니, 대화가 통하지 않았던 연구 결과가 있다.' 라구요.

 그만큼 오키나와와 삿포로는 특이한 언어가 많다는 얘기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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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도 먹어놓고 또다시 주문한 라후테.

 아주아주 흐물흐물한 수육 같은 것이 짭짤하고, 와사비를 올려 먹으니 매콤한 것이 참 맘에 들었어요. 느끼한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만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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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키나와에 옛날에도 이렇게 물만두가 많았던가? 싶을 정도로 물만두를 파는 곳이 많더라구요.

 쫄깃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참 맛있고 좋았습니다.


 비쥬얼이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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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외에도 돼지고기 김치 볶음, 카라아게 등등 많은 안주를 주문해서, 아주 재밌는 시간을 많이 보낸 것 같아요. 아주 특별하지는 않았지만, 오키나와의 맛있는 안주들을 골고루 맛볼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날은 어떤 가게를 가볼까 고민하다가, 둘이서 갑자기 피자에 꽂히는 바람에 구글 지도를 뒤지고 또 뒤져서 찾은 이자카야 입니다. 국제 거리에서 피자 가게나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정말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반대로 타코 라이스는 찾지 않아도 볼 수 있었구요.



 돌가마에서 아주 고온으로 굽는 피자집이었는데, 분위기도 있고, 가장 중요한 것은 피자가 너무너무 맛있어서 오키나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가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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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 분위기가 굉장히 독특했는데, 정말정말 술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마스터가 차린 가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어서와! 점심부터 마시자!' 라는 말이 적혀있는 곳.


 一軒目(잇켄메)

 잇켄메는 우리나라 말로 '1차' 라고 하면 적절할 것 같네요. 1차, 2차, 3차까지 달리자! 할 때의 그 1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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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외 테이블에서 떠들썩하게 마시는 사람들도 있고, 문이 활짝 열려있는 가게 안에서 마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희는 가게 안의 조용한 카운터 석에 앉았습니다. 여기서도 하이볼을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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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 주인분이 어떻게 찾아왔느냐고 물어보길래, '피자집을 찾다가 왔다.' 하니 웃으시더라구요. 우리집 피자는 가마로 구워서 맛있네, 아주 잘 찾아왔네, 이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구글 지도에 피자 사진이 있는 것을 보여드렸더니 아주 신기해 하시더라구요. 전혀 몰랐나봅니다.


 제가 당시에 오키나와에서 선물 받은 카리유시(알로하 셔츠와 비슷한 것)를 입고 있었는데, 옷이 아주 좋다며, 거기 메이커가 굉장히 좋은 옷을 많이 만든다며 칭찬을 해주시는데, 참 좋은 옷을 선물 받았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손으로 반죽을 펴고, 재료를 올리고, 아주아주 뜨거운 가마에서 슉슉슉 돌려가며 완성된 피자.

 크기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습니다. 바삭한 맛과, 치즈의 고소한 맛, 소스들의 새콤달콤한 맛.

 최고.


 피자 반죽은 정말 바삭바삭한데, 위 재료들은 색이 살아있고 식감이 살아있는 것이 너무 신기하지 않나요?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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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기분이 좋아서 이것 저것 안주를 굉장히 많이 시켜 먹었습니다.

 아보카도 회 같은 느낌의 안주. 옆에 있는 것이 간장 베이스의 소스라서 더욱 회를 먹는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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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자 맛에 반해버려서 이번에는 포르맛지? 고르곤졸라? 같은 피자.

 꿀의 달콤한 맛까지 더해지니 그냥 최고라고 밖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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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삭바삭한 카라아게도 먹고, 가게 주인분과, 알바분과 대화도 많이 나누고, 같이 간 보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키나와의 마지막 밤은 정말정말 오키나와를 떠나기 싫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너무 좋은 추억들이 많이 생긴 3박 4일 오키나와.

 다음에 또 올게.



 후쿠오카에서는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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