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타카미야의 따뜻한 카페, 焼き菓子 cq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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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하는 얘기지만, 일본에는 체인점도 많지만 개인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가 엄청 많다.

내가 초등학생 때인 90년대 한국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다고 해야하나.


우리 부모님은 3년 전에 귀농을 하셔서 시골로 들어가셨는데, 처음 시골에 들어갈 때만 해도 역 주변에 작은 가게들이 참 많았다.

할머니 집에서나 보던 동네 슈퍼와, 동네 빵집, 그리고 다방과 분식집이 있었다. 밤에 부산역에서 마지막 기차를 타고 역에 도착하면 주변 가게들은 다 불을 끄고 있었고, 가끔 슈퍼 앞의 평상에 모여앉아서 동네 주민 분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걸 보고는 했는데, 지금은...


2개 있던 동네 슈퍼가 편의점으로 바뀌고, 빵집은 없어져서 우리 동네에서는 이제 따뜻한 빵을 먹을 수가 없다.

다방은 리모델링을 해서 별다방과 이름만 다르지 체인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분식집은 김밥 천국과의 싸움에서 결국 져서, 문을 닫았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비난할 수도 없다. 계속 옛날 모습 그대로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없었겠지.

우리 나라가 이렇게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기가 힘든 곳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울한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오늘은 집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타카미야에 있는 작은 가게를 찾아갔다.



지나가면서 보면 절대 이 건물 안에 가게가 있다고 알아차릴 수 없는 외관.

이 건물 안에, 카레집과 카페, 그리고 작은 가게가 몇 개 더 있다.


오늘은 1층에 있는 카레집에서 밥을 먹고, 2층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려고 했었는데,

1층에 있는 카레집은 임시 휴업이더라. 반드시 가서 먹어보겠다.




간판도 없고, 그냥 따뜻한 분위기를 느끼고 저기가 카페구나 하고 생각했다.


가게에 들어가니, 주인 아주머니와, 손님 한 분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가 내 방문에 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주인 아주머니가 문 앞까지 나오셔서 '안녕하세요~, 여기 슬리퍼가 있어요~' 하신다.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야 하는 카페는 처음이다.


내부는 정말 가정집 같은 분위기.



메뉴는 커피와 유자음료 등 드링크 몇 개와, 구운 과자 몇 개가 전부다.

나는 마실 것은 어딜 가든 아이스 커피라서, 아이스 커피를 달라고 했더니 아이스는 아직 준비를 못했다고 하신다.

그래서 유자 쥬스랑 가토 쇼콜라를 주문.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세팅을 해주신다.

천으로 된 코스터를 깔아주시고, 포크를 놓아주시고 주방에서 쇼콜라와 음료를 준비해 주신다.





그렇게 나온 가토쇼콜라와 유자쥬스.

쇼콜라와 또 하나의 과자는 직접 만드신다고 하신다. 두 종류 다 먹어볼 걸 그랬나?

과자 만드는 게 참 재밌다며 즐거운 듯이 얘기를 해주신다.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물어보고는 이것저것 얘기를 주고받는다.

가게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주변 이웃들과 단골 분들이시고, 나처럼 새로 오는 손님은 드물게 있는 편이라고.


하긴, 간판도 없고 건물 역시 일반 주택가처럼 생겼으니, 길 가다가 들어오는 사람들은 잘 없겠지.




입구 옆 테이블에는 명함과 포스트 카드 등 이것저것 많이 놓여있다.

명함을 보니 근처의 작은 카페와 문방구 등, 다 분위기 좋은 가게들이다. 내가 가본 가게들도 몇 개 있더라.

아, 이렇게 다들 연결되는구나. 참 좋다.




정말 따뜻한 느낌의 내부. 창문가에 있는 스피커에서는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 카페는 간판犬으로 웰시 코기가 한 마리 있는데, 내가 갔을 때는 계속 카운터 안 쪽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나도 강아지를 좋아하다보니, 우리집 강아지 사진을 보여주며 진돗개는 시바견이랑 닮았다는 얘기와, 웰시코기의 토실토실한 엉덩이 얘기를 주고받았다.


웰시코기 엉덩이 얘기를 할 때는 엄청 즐거워 하시더라.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데, 복실복실한 웰시코기의 엉덩이 장식품도 장식되어 있다.




가게 구석에 있는 작은 서재.

콧케시(머리가 커다란 나무 인형)와 액자들이 가게와 너무 잘 어울린다.




30분 쯤 머물면서 얘기를 주고 받았을까, 다른 손님이 오셔서 분주하게 커피를 준비하신다.

핸드드립 커피라서 아이스가 없었구나. 다음에는 따뜻한 커피를 한 잔 마셔보도록 할까.


싱크대 위에 놓여있는 웰시코기 엉덩이 장식품이 보이는구나.



다른 손님의 커피와 과자 준비가 끝났을 즈음, 잘 먹었습니다 하고 계산을 하고 나가려고 하니 처음 들어왔을 때 처럼 아주머니가 입구까지 나와주신다.

강아지는 아직 자고 있어서, 아주머니가 인사 하자며 잠깐 일어나봐~하며 머리를 쓰다듬자 강아지가 고개를 움직여서 나를 쳐다본다.


아...안녕...눈이 참 똘망똘망 하구나.


'다음에 또 올게요'하니 고맙다며, 기다리겠다고 하신다.


참 좋은 카페. 집 근처에서 처음으로 이렇게 마음에 드는 가게를 찾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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