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에서 맛보는 본격 광둥요리, 중국요리 만복로(萬福楼)
- 일본/밥 먹는 곳
- 2016. 12. 20. 15:33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본도 중국 요리집이 굉장히 많은 편인데, 내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두 나라의 중화요리 가게는 스타일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짜장면, 짬뽕, 탕수육, 볶음밥이 중국집을 대표한다고 한다면, 일본은 중국집을 대표하는 요리라는 것이 뭔가 애매하다는 점?
'탄탄멘과 스부타, 중화소바, 에비치리(깐쇼 새우?)가 그나마 대표요리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문제점은 우리나라에 짜장면과 짬뽕이 없는 중국집이 거의 없는 것에 비해 일본은 중국집에 탄탄멘이 없는 경우도 있고, 중화소바가 없는 경우도 있다. 충격적이게도, 스부타가 없는 중국집도 은근히 경험하게 된다.
물론 여기에 나열한 모든 메뉴가 있는 집도 적잖아 있기는 한데, '잘하는 요리는 중화소바지만 중국집이라서 일단 탄탄멘도 만들고 있습니다.' 하는 느낌이 굉장히 강하게 드는 경우가 많다. 물어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아냐고? 메뉴에 사진도 없이 굉장히 구석 혹은 작은 글씨로 적혀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결국 우리나라는 중국집에 들어가서 메뉴판을 보는 이유가, 짜장면이 얼마인지, 탕수육이 얼마인지 확인 하는 용도라고 한다면, 일본은 그야말로 이 집에 스부타가 있는지, 이 집의 대표 중국요리는 무엇인지 확인하는 용도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가 일본에 와서 느낀 점은, 중국집에 들어갔을 때 그 가게의 주방장인 마스터가 중국 사람일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점. 내가 쿠마모토에서 우연히 들어간 동네의 작은 중국집은 중국인 부부가 운영하는 중국집이었고, 하카타 역 안에 있는 탄탄멘으로 유명한 다이메이 탄탄멘 역시 주방과 홀 대부분이 중국 사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중국집을 많이 가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요리집을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어머아머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회사 근처에 있는 만복로라고 하는 중국집. 사실 나는 이 가게를 평생 갈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회사를 이전하게 되면서, 런치메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한 번 들러보았다.
만복로는 찾아보았더니, '일만 만', '복 복', '점포 로' 라는 글자를 써서 萬福楼였는데, '일만의 복이 있는 가게' 라는 뜻이 아닌가 싶다.
가게 색깔도 굉장히 중국중국하다. 빨간색과 검은색.
내부에 들어가서 좀 놀랐는데, 분위기가... 음악도 그렇고 '내가 지금 중국에 있는 중국집에 들어와있나.' 하는 느낌이 굉장히 강하게 든다.
그리고 일하는 분들도, 손님들도 중국 사람의 비율이 높다. 사진에는 손님들이 많이 없는데, 우리가 밥을 먹기 시작하자 만석이 되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보았는데, 몇몇 요리를 제외하고는 나는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의 요리들만 가득했다.
가격대는 약간 비싼 편으로 780엔. 나는 사실 에비치리(새우 칠리 소스, 깐쇼 새우?)가 굉장히 먹고 싶었는데... 없었다. 에비마요는 있던데...
결국 나는 그나마 평범한 이름인 새우 튀김 정식을 주문했는데, 같이 온 동료분은 '닭고기를 피망과 함께 된장과 볶은 요리' 라는 것을 주문했다. 이름이 정말 저렇게 적혀있었다. 주문을 하면서 '근데 이건 어떤 요리에요?' 하고 동료분이 물었더니, '닭고기를 약간 매콤하게 피망이랑 된장에 볶은 요리'라는 대답을 들었다.
'거봐요, 물어보면 분명히 그렇게 대답할거라고 했잖아요. 매콤하게가 더해지기는 했네.'
'ㅋㅋㅋㅋ'
그리고 이것이 '닭고기를 피망과 된장에 같이 볶은 요리'
엄청나게 맛있어 보이는데, 닭고기가 너무 잘게 잘려 있어서 먹기가 좀 불편하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가면서 옆 자리에 앉아있던 중국분이 이 요리를 밥에 부워서 돈부리처럼 먹는 것을 보고 둘이 같이 '나루호도...(과연...)' 이랬다.
호화롭다.
도대체 어떻게 튀긴건지 잘 모르겠는 새우 튀김.
요리가 너무 예술적이다. 나도 우동집에서 일하면서 새우 꽤나 튀겼는데, 이렇게 부드러운 튀김옷을 입은 새우는 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옆에 은박지는 소금이 들어있다.
같이 오신 분이 요리를 먹으면서 계속 간이 연하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나도 새우를 먹으면서 튀김옷에 아무런 간이 안 되어있는 점이 조금 독특하다고 해야하나... 의문을 좀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회사에 돌아와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중국의 광둥요리가 간이 굉장히 약하고 중국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기름을 적게 쓰는 그런 특징이 있다고 하더라.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는 요리 방식이라던가?
그야말로 제대로 된 본격 광둥요리 중국집이었던거지.
어쩐지... 중국 분들이 많더라.
사실 780엔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가격이 좀 비싸지 않나 생각을 했었는데, 일단 요리의 양이 굉장히 많았던 점과, 다음으로 커피와 디저트까지 나오는 것을 보고 적당한 가격 혹은 저렴한 가격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커피도 인스턴트 커피가 아니라 제대로 된 원두커피였다.
디저트는 뭐라 설명을 해줬는데 나는 들어도 모르겠더라. 나중에 찾아보니까 광둥요리 전통 디저트인 '슈앙 피나이' 였던듯.
푸딩보다는 조금 딱딱하고 단 맛이 덜하고 그랬다. 맛있엉.
위치는 하카타 역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자주 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일본 > 밥 먹는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카타역 앞 치킨남방으로 유명한 우동가게 코메짱(米ちゃん) (2) | 2016.12.22 |
---|---|
하카타역 근처의 작은 돈코츠 라멘집, 하카타라멘 카이텐(廻天) (0) | 2016.12.17 |
Ken's / 하카타역에서 도보 10분, 유럽풍 카레 맛집 켄즈가 있었다 (2) | 2016.12.12 |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