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s / 하카타역에서 도보 10분, 유럽풍 카레 맛집 켄즈가 있었다
- 일본/밥 먹는 곳
- 2016. 12. 12. 22:18
유럽풍 라이스 카레, 켄즈 (欧風ライスカレー、Ken's)
이게 가게의 이름이다.
항상 가보고 싶었는데, 점심시간에만 오픈을 하는 한정적인 영업시간 때문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는데, 회사가 이전을 하고 나서는 걸어서 5분 거리가 되어서 얼른 가보았다. 역시 하카타역 뒤보다는 앞이 맛 집이 많구만.
그나저나 참 일본은 이런 가게가 많은 것 같다. 라멘 집인데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영업을 하는 가게가 있는가 하면, 저녁 9시부터 저녁 12시까지만 운영을 하는 라멘집도 있고... 영업시간에서부터 개성이 느껴져서 참 재미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문 닫힌 ken's를 지나쳤는지.
처음에는 그냥 분위기 좋은 작은 마을 카레집인줄 알았었다. 근데 인스타를 통해, 블로그를 통해, 분위기만 좋은 게 아니라 맛도 괜찮은 카레집이란 걸 알고나서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어쨌든 드디어 오늘, ken's 카레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
그나저나 오키나와에나 있을 법한 저 나무 조각상은 뭐지?
누...누구세요...
점심시간에만 운영하는 카레집인 만큼, 테이크아웃 전용 창구(?)도 잘 되어 있다.
가게 앞에 멈춰있는 차도 여럿 보이더라. 나는 사람들이 차 안에서 뭘 이렇게 기다리고 있나 했네.
가게 내부는 2인 테이블이 2개, 4인 테이블이 하나, 카운터석 테이블에 자리가 3개 정도 있다.
엄청 작은 것 같았는데 의외로 테이블도 적당히 있고 주방도 넓직하다. 내부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다른 테이블에 계신 분들이 나오지 않게 찍으려고 했더니 사진이 비뚤어졌다. 대충 이런 분위기다.
카레가 새까만 색이라서 그런가? 메뉴판도 완전 새까맣다.
인기 넘버 원은 소고기가 들어간 카레인데, 나도 오늘 이걸 먹을 생각으로 왔다.
같이 온 회사 동료분은 ken's의 기본 메뉴이자 가게 이름이기도 한 欧風ライスカレー에 카라아게를 토핑하셨다.
그나저나 欧風라니... 카레가 유럽풍이라니 참 신기하네.
카레가 나오기 전에 테이블을 간단하게 둘러보니 후쿠진즈케(좌)와 락교(우)가 무한 제공이다.
옆에 조그맣고 시뻘건 소스 두개(가운데)는 고추기름인듯.
야채 절임?
먹어봤는데 딱딱하지 않고 새콤달콤 맛이 참 잘 들었더라. 보통 카레만 먹으면 좀 허전한 경우가 많은데 여긴 그럴 걱정은 전혀 없는 듯.
반찬 맛도 보고 잡담도 하면서 기다렸더니 금방 나왔다.
이건 기본메뉴인 '유럽풍 라이스카레'에 카라아게를 토핑한 카레.
사진으로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카라아게가 퍽퍽한 부위에 조금 딱딱해보인다. 그런데 동료분 말로는, 카라아게만 먹는다면 조금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카레와 같이 먹으니까 궁합이 굉장히 좋았다고 한다. 오히려 기름기가 많은 카라아게 였다면 먹기 힘들었을 것 같다고.
내가 시킨 소고기가 들어간 카레(牛とろ肉入りカレー)
원래는 고기가 잘 보이도록 소고기를 밥 위에 올리려고 했는데, 소고기가 젓가락으로 집으면 스르륵 잘려버리더라. 아주 오랜시간 카레와 함께 끓인건지 진짜 말도 안되게 부드럽다.
카레 맛은... 뭔가 엄청 특별한 맛이 나는 건 아닌데, 신기하게 엄청 맛있는 그런 맛이다. 같이 가신 분도 '오늘은 카레 기분은 아닌데...ㅎㅎ 그래도 유명하다고 하니까 한 번 가봐요.' 라면서 오셨는데, 끊임없이 '와, 맛있네요.' 라고 말씀하시면서 나보다 더 맛있게 잘 드시더라.
유럽풍 카레라는 컨셉과, 이 부드러운 소고기 카레 말고도 Ken's에는 하나 더 특이한 점이 있는데 바로 닭고기 육수다.
카레 메뉴 상단 오른쪽을 보면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해서, 카레를 먹다가 조금 남았을 때 닭고기 스프(말이 스프고, 사실 육수에 가깝다.)를 받아서 카레에 부워 먹으면 또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적혀있는데, 나도 시도해 보았다.
어떻게 말하면 되지? '저기... 때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이런 쓰잘데기 없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 뒷쪽에 있는 테이블에서 카레를 드시던 분이 '아노, 스미마셍, 스-프 오네가이시마스' 하시길래, '아, 저희도 스프 주세요.' 하며 묻어갔다.
금방 나온 닭고기 육수.
어떻게 먹으면 되나요? 하고 물어봤더니 소바 육수처럼 컵에 떠로 따라 마셔도 맛있고, 카레에 조금 부워서 먹어도 맛있다고 하신다. 컵에는 잘게 자른 쪽파가 조금 들어있다.
그래서 신나게 먹으려고 하는데... 앗뜨, 이거 엄청나게 뜨겁다.
앗뜨, 앗뜨 하면서 카레에 조금 부워서 비벼 먹었더니, '맛이... 변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모르겠더라. 카레 맛이 강해서 그런가 그냥 아까 먹던 그 맛있는 카레 그대로다.
컵에 따라 마셔볼까? 해서 호호 불어가며 마셨더니 '? 이건 부산에서 먹던 밀면 육수맛?'
생강맛도 살짝 나면서 닭 육수 맛도 나면서... 뭔가 시원얼큰한 그런 맛이다. '카레에 부워먹는 것 말고 이쪽이 정답인것 같은데?' 라며 동료분이랑 둘이서 킥킥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문대로 맛있는 카레였고, 그런 소문에 몰려드는 사람들이 많아서 지칠만도 할 텐데, 끊임없이 미소지어 가며 친절하게 대답해주는 직원분들 때문에 2배는 더 맛있게 느껴졌던 그런 좋은 카레, 좋은 카레집이었다.
Ken's카레 영업시간은 오전 11시 30분 ~ 오후 2시. 일요일은 3시까지.
공식 홈페이지 http://www.kens1.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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