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남쪽의 작은 카레집, 쟈란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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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있는 후쿠오카 남구의 끄트머리, 나노카와라고 하는 지역은 텐진과 하카타 양 쪽의 접근성이 좋아서 맨션이나 주택도 많고 사람들도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변에 작은 식당들이 참 많은데, 그 중 한 군데인 '쟈란 식당, じゃらん食堂' 을 이번에 처음 가 보았다.


항상 이 곳의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하고 있어서, 맛있어 보이는 요리 사진을 볼 때 '가보고 싶다- 가보고 싶다-' 하고 생각은 했었는데,

선뜻 가게에 들어가지 못한 건 조금 외진 곳이라는 것 이외에도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쟈란 식당이 자리잡고 있는 오래된 맨션.


나무 간판으로 이 맨션에 작은 가게들이 여러개 자리잡고 있는 걸 유일하게 알 수 있다.


만약 저 간판 마저도 없었으면 정말 무서운 맨션이라는 느낌 밖에 들지 않았을 것 같다.

의외로 꽤 많은 가게들이 자리잡고 있다. 다음에는 카페도 가보고 싶다. 분명 분위기 좋은 카페일거 같다.


여...여기가 맞나...?


일반 맨션으로 설계했는데, 우연히 가게들이 하나 둘 자리잡게 된 걸까? 절대 상점가 같은 느낌의 건물은 아니다.


그래도 이런 밝은 간판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가격대는 꽤 저렴하다. 여기서야 밝혀지는 쟈란식당의 정체. 카레 전문.

소고기 카레, 오믈렛 치즈 카레, 키마 카레...

키-마 카레가 뭐지? 오늘 메뉴는 이걸로 결정이다.


가게 분한테는 정말 죄송하지만 문이 어두워서 여기서 그냥 돌아가는 게 좋을 까 하고 진심으로 고민했다.


문 너머로 두런두런 말소리가 조금씩 들려온다. 큰 맘 먹고 가게 문을 열자, 아주머니의 'こんばんは-' 하는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마스터가 아니라 마마가 하는 가게였구나. 가게 분위기는 작은 바 같은 느낌이다. 아주머니가 혼자 운영하시는 가게인데, 팝송이 흐르고 있다.

그리고 의외로 조명이 많아서 가게가 밝고, 분위기가 정말 좋다. 어색하지 않다.


자리를 잡고 '키마카레 주세요-' 하고 주문을 하니 그때부터 하나하나 조리를 시작하신다.

'키마 카레는 양배추랑 치즈, 계란이 들어가는데 괜찮죠?' 라고 물어보신다. 다 완전 좋아합니다.

'밥은 오오모리 무료인데 어때?' 하셔서 보통으로.


쟈란 식당의 메뉴


조리를 하시면서 옆 자리에 혼자 오신 손님 분과 친하게 대화를 주고 받으신다.

이런 동네 구석에 있는 작은 식당의 매력은 이런 부분인 것 같다.

동네 주민들 혹은 가게의 분위기와 마마의 친절함에 단골이 되신 분들이 오셔서 대화를 나누고 웃고 즐긴다.


일드 심야식당을 보거나 고독한 미식가를 보면 이런 가게들이 많이 나오는 데, 픽션이 아니다.



사진에 보이지 않는 왼쪽은 바로 벽면이다. 카운터 석 뿐인 좁은 가게 내부.


카메라를 꺼내니 '오, 좋은 카메라네- 사진부야?' 하신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냐고 물어보셔서 좀 깜짝 놀랐다. 아주머니 그래도 나이대가 좀 있으신데, 세련되셨다.


나중에 들어보니 페이스북 페이지도 운영하고 계시다고 한다.

거창한 페이지는 아니지만, 갑작스런 휴무나 가게 신메뉴, 돈카츠 마츠리 같은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전해주고 계시더라.


인스타그램에 항상 여기 카레 사진을 찍어서 올려주시는 분이 있어서 그걸 보고 왔다고 하니, 와 줘서 고맙다며, 그 분 오늘도 오셨었다고 하신다.

후쿠오카 카페 산책이라는 책이랑, 후쿠오카의 카레로 책을 쓰신 그 분. 아 정말 팬인데,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




카레집 답게 후쿠진즈케락교가 무제한 제공된다.

사진 찍으려고 내가 앞 쪽으로 당긴게 아니다. 아주머니가 먹는데 혹시 불편할까봐 이쪽으로 밀어주셨다.


이런 사소한 점에서 따뜻함친절함을 느낀다.

혹시라도 요리에 싫어하는 재료가 들어갈까봐 물어봐 주는 것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10분 정도 걸렸을까? 카레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내 카레가 나왔다.

이게 키-마 카레구나. 치즈가 죽죽 늘어나는 게 굉장히 맛있다.


이렇게 작은 카레집에서 이렇게 예쁘게 카레를 담아 주는 게 조금 놀랍다.

인테리어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요리도 그렇고, 아주머니가 직접 하나하나 꾸미시고 음악도 고르시고 해서 열심히 운영하는 식당이겠지.

단골이 되지 않을 수가 없는 가게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키마카레를 주문했느냐고 물어보신다.

처음 보는 거라서...했더니 햄버그 카레를 주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며, 햄버그 카레가 여기서 가장 많이 나가는 메뉴라고 한다.


아, 어쩐지 인스타그램에 항상 햄버그 사진이 올라오더라.

이것도 맛있다고 하니 활짝 웃어주신다.



그 동안 옆에 분은 와인을 세 잔째 마시더니 기분이 굉장히 좋아지셨나보다. 아주머니와 연예인 얘기를 하다가 나한테도 '죄송한데 티비 자주 보세요?' 하고 물어보신다.

'저는 집에 티비가 없어서요ㅎㅎ'하니 자기는 テレビっ子(티비 없이는 못 사는 사람이라는 의미)라며 대단하다고 하신다.

그렇게 나도 옆 자리 손님이랑 마마의 이런저런 잡다한 얘기에 참가하게 되었다.




맛있게 다 먹고 계산을 하고 나가는 데 또 와달라며 기다리겠다고 하신다.

당연하죠. 또 오겠습니다. 이번에 못 먹은 햄버그 카레 먹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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