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치(十一), 후쿠오카 하카타의 돼지고기 스테이크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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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카타역에는 맛 좋은 라멘집이나 모츠나베, 이자카야 등등은 많지만 주변에 정식집은 많이 없는 편이다. 

하긴 하카타역 근처에는 사무실이 많은 것도 아니고 주택가가 있는 것도 아니니 어떻게 보면 당연하긴 한데. 하카타역 근처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으로써는 참 서글프다. 라멘도 참 맛있기는 하지만... 돈코츠는 맛이 강해서인지 금방 질린단 말이야...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카타 역을 조금만 벗어나면 맛있는 식당들이 여럿 있다는 사실.

오늘은 그런 정식집 중 한 군데를 찾아가려고 했는데, 공휴일이라고 식당이 문을 닫았다... 쇼크.


그래서 급하게 뜬금없이 들르게 된 돼지고기 스테이크 전문점, 토이치. (十一)

플러스 마이너스 아니다. 11이다.


언젠가는 가봐야지 했던 가게인데, 이렇게 들르게 될 줄은 몰랐다.


위치는 하카타 미나미인데, 근처에 한국 사람들이 알 만한 곳이 없다. 딱 하나 있는 데, 토요코인 하카타미나미점.

토요코인 하카타미나미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다. 하카타 역에서 온다면 걸어서 10분 ~ 15분 정도 걸릴까?



지도를 찾아보고 갔는데, 어디에도 식당 같은 건물은 없고 보이는 거라고는 중간중간 구멍이 난 벽에 둘러쌓여 있는 가게 하나.

호오...여기구만.


입구가 어딨는지 몰라서 왼쪽으로 갔다가 벽에 가로막히고 나서 억, 여기가 아닌가, 하고는 오른쪽으로 간다.

가게 간판도 없고, 일본에 흔하게 있는 깃발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벽에 조그맣게 돼지 그림 하나 그려져 있을 뿐.



문이 벽 뒤에 숨어있는데다가 또 어둡기도 어두워서 좀 찾기 힘들었다.

그렇게 고생하여 찾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서 어서오세요, 몇 명이세요. 하고 물어본다.


한명이라고 말하고 카운터 자리에 앉자, 바로 레몬이 들어간 상큼한 물파인애플토마토가 들어간 샐러드가 나온다.

그리고는 흰 밥이 있는데 어떻게 하실래요? 한다.


희...흰 밥이요. 하니 알겠습니다, 하고는 주방으로 다시 휙 들어가신다.

잉, 요리 주문은요...? 메뉴는 없어요...?


그제서야 타베로그에서 문 한 문장이 떠오르더라.

'메뉴는 단 하나, 돼지고기 스테이크'


손님이 들어오면 바로 손님 머릿 수에 맞춰서 요리를 준비해서 내온다.

그래도 간단하게 설명이라도 좀 해줬으면 싶다. 암것도 모르고 온 사람이 죄인인가 왜 이렇게 깜짝 놀라야 하냐.



그나저나 가게 분위기는 굉장히 조용하고, 일식집보다는 프랑스 요리점에 가깝다. 

조명이 있기는 한데 음식이 놓여지는 위치에만 옅은 빛이 쏟아지게 되어있어서 가게 전체는 꽤 어두운 편이다. 테이블이 4개 정도 있고, 카운터 석이 8자리 정도.

벽면이 창문으로 되어있는데, 점심시간에 오면 좀 밝으려나?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맛있게 먹는 법


마늘이 들어간 매운 된장과, 와사비 오로시(무를 간 것)를 고기에 올려서 드세요.

생강 간장에 고기를 찍어 드세요.


밥과 된장국은 무제한 제공합니다.

500엔으로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한 번 더 받을 수 있습니다.



왼쪽이 와사비 오로시고, 오른쪽이 매운 된장이다.

매운 된장이 굉장히 맛있어 보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와사비랑 오로시를 엄청 좋아해서 그런가, 왼쪽도 굉장히 맛있어 보인다.



한 5분 기다리자 나오는 돼지고기 스테이크 정식.

메뉴는 이것 뿐이다. 주방에서 저 철판에 조리를 하다가 바로 판에 올려서 가져다 주는데 지글지글지글 거리는 소리가 엄청나다.


뒤에서 실례하겠습니다. 뜨거우니까 조심하세요, 하고 가져다 주신다.

나는 '뒤에서' 였는데, '앞에서' 실례하겠습니다, '사이로' 실례하겠습니다, 손님들 자리에 따라 다 대사가 다르다.

왠지 웃기다.


나는 흰밥으로 했는데, 다른 분들은 대부분 매실 밥으로 하신다.

나는 들어오자 마자 밥부터 물어보는 데 깜짝놀라 '흰 밥이랑 뭔 밥이요? 그냥 흰 밥 주세요', 하는 느낌이었다.



고기랑 양파가 두꺼운 후라이팬에서 아직도 익고 있다. 굉장히 맛있어 보이고, 굉장히 맛있기도 하다.

그리고 소스가 3개나 되다보니, 매운 된장으로 먹어보고, 간장에 찍어서 먹어보고, 와사비 오로시를 올려서 먹어보고 하는 재미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매운 된장이 맛있는 것 같더라. 고기는 부드럽고, 소스는 입 맛에 맞춰 먹으면 되고, 좋구나 좋구나.


나는 밥보다 반찬을 많이 먹는 편이라서, 한 그릇만 먹고 나왔는 데, 옆에 손님들은 보통 2그릇, 많이 드시는 분은 3그릇도 드시더라.

된장국도 계속 받아 먹을 수 있으니까 반찬도 모자라지 않고. 1,000엔이라 저렴하지 않은 것 같았는데, 밥을 여러 번 받아 먹는다면 나름 가성비도 괜찮은 것 같다.



가게 분위기가 고급 식당이라 그런가, 일반 정식집인데도 특이하게 자리에 앉아서 계산을 한다.

아까부터 메뉴가 없다고 했는데, 가격도 안 적혀있다. 나는 타베로그에서 옛날에 한 번 본 기억이 있어서 1,080엔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계산하니 1,000엔이라고 하더라. 내가 준비한 80엔은 다시 주머니 속으로.


테이블에 맛있게 먹는 법도 적어 둘 수 있으면서 '메뉴는 하나 뿐입니다. 가격은 1,000엔입니다.'

이거 두 문장을 적어둘 공간을 찾지 못하셨나, 아쉽다.




돼지고기 스테이크, 맛있기도 맛있었고 가게 분위기도 세련되고, 밥과 된장국을 많이 먹을 수 있는 것은 참 좋은 가게인 것 같지만.

설명조차 하나 없는 이 무뚝뚝함과 이 무거운 가게 분위기는 나는 좀 적응하기 힘들고 불편하더라. 


다시 말하지만 맛있기는 참 맛있다. 히자만 즐겁지 않고, 그냥 한 끼 떼우러 온 느낌.

한 번 쯤은 와서 먹어봐도 좋지 않을까.


영업 시간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오후 5시부터 저녁 9시까지.

수요일은 정기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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