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부글부글했던 목소리의 형태 극장판 후기 / 리뷰 / 결말
- 일본/후쿠오카 직장인
- 2016. 9. 27. 08:37
교토 애니메이션(쿄애니)의 신작, 목소리의 형태 리뷰 및 결말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이전에 쓴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목소리의 형태(声の形), 기대되는 교토 애니메이션의 신작
스포일러는 가려두었습니다.
http://koenokatachi-movie.com/
친구가 한국에서 영화를 보러 일본에 1박 2일로 왔는데, 덕분에 언제볼까 벼르고 또 벼르고 있던 목소리의 형태를 볼 수 있었다.
비행기가 엄청 싸게 풀렸다고 한다. 왕복 9만원이었다고 하던가?
부산에서 서울에 면접보러 KTX 타고 갔을 때 왕복 10만원 정도 나왔던 것 같은데, (이벤트 가격이라고 하더라도) 대구에서 후쿠오카 오는 게 만원 저렴하다. 영화를 보러 외국에 올 수도 있고, 참 좋은 세상이 되었다. 2008년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나는 언제쯤 외국에 놀러 가 볼 수 있을까?' 그랬었는데.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가서...
개인적으로 가기 전에 보고 가서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던 유튜브 동영상, 영화 '목소리의 형태'가 만들어지기까지.
공식홈페이지에서 공개한 동영상인 만큼 굉장히 재밌고 내용도 알차고 좋다. 작품 이해도가 굉장히 높아지니까 보러 가실 분들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영화를 보면서 계속 생각이 났던 동영상 내용이 몇 가지 있었는데, 일단 사운드. 개인적으로 사운드가 정말 좋았던 것 같다.
특히 배경음악으로 자주 등장하는 피아노의 음색이 굉장히 독특한데, 인터뷰를 들어보면 피아노 안에 마이크를 설치하고 녹음을 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 '와, 신기하네.'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피아노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든다.
반면에 굉장히 기분이 찝찝하고 불쾌했던 내용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남자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담당했던 여자 성우의 인터뷰.
'처음에는 남자 주인공의 행동을 보고 굉장히 기분나빴지만, 직접 연기를 해 보니까 악의가 전혀 없고 나쁜 아이는 아니었다.'
뭐 이런 내용.
?!
목소리의 형태를 본 사람들 혹은 앞으로 볼 사람들은 동의하겠지만 남자 주인공의 초등학생 때 행동은 정말 도가 지나쳤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여주인공의 보청기를 밖에 갖다버리고, 결국 피를 보고, 그래도 꾸준히 친해지려 노력하는 친구의 노트를 분수대에 던져버리는 등... 그야말로 불량학생, 해서는 안 될 짓은 다 골라서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근데 그게 악의는 없었으니 이러쿵 저러쿵... 개인적으로 좀 이해하기 힘들고 불편했다. 나쁜 짓은 나쁜 짓이고 해서는 안 될 행동은 해서는 안 될 행동이지 거기에 '아, 그런데...' 하고 변명이 붙기 시작하면...
근데 사실 영화의 전체 내용이 좀 이런식이어서... 그냥 '작품이 나랑 안 맞았나?' 싶기도 하다.
친구는 '깔끔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나름 잘 해결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라고 말 하더라고.
예고편에도 나오지만 주된 내용은, 초등학생인 남자 주인공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 여자 주인공을 친구들과 같이 괴롭히는데, 일이 커지자 친구들이 '저 놈이 나빴어요!' 라고 말하면서 역으로 왕따가 된 후의 스토리다. 그리고 왕따를 당하면서 자존감이 바닥이 되고, 깨닫고, 우연히 여주인공을 다시 만나게 되고...
위 동영상을 보면 나오는 내용인데, 처음 만화를 받았을 때 편집부에서는 만화의 내용이 어두워서 자칫 희망적이지 않게 받아들여질까봐 연재하는 것을 보류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정식 연재 되기까지 몇 년이 걸렸었는데, 막상 연재를 하고 나서는 상도 많이 받고 그랬다고 하네. 그리고 이 만화를 본 쿄토 애니메이션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했다고.
그리고 한국에도 정식으로 발매를 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하는 걸 보면 역시 두 나라 간에 정서의 차이가 분명히 있는 것 같기는 하다.
다른 분들은 어땠는지 잘 모르겠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굉장히 기분이 찝찝했던 것은, '만화긴 하지만 너무 우연에 의지를 많이 했고, 그 우연의 파장이 너무 거대했다는 부분' 이었다. 이게 서로서로 잘 풀어나가는게 아니라, '서로 잘 풀어나가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어, 그런데 어떤 굉장히 극적인 일들을 계기로 일을 풀 수 있었지.' 라는 느낌.
여자 주인공이 왕따가 되는 과정, 남자 주인공이 왕따를 당하는 것, 특히 자존감이 한 없이 낮아진 두 사람의 모습은 정말 현실감 넘치고 잘 그려냈다고 생각하지만 엔딩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너무나도 판타지였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쿄토 애니메이션이라서 그래도 이만큼 만들어냈다는 느낌이 엄청나게 강했다.
그림체, 분위기, 캐릭터, 음악 등등... 스토리를 제외하고는 흠 잡을데가 거의 없었지.
개봉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영화관이 만석이었는데, 애니메이션의 개그 센스는 괜찮아서 비교적 분위기가 밝은 중반부에는 많이들 웃는다.
나도 엄청 많이 웃었고, 내 옆자리 일본 아저씨도 소리 죽여서 킥킥킥 하면서 웃으시더라. 중반을 넘어가면서 영화관에 한숨 소리가 굉장히 많이 들린다. 우는 사람들은 보지 못했는데, 다들 나처럼 속이 부글부글 했겠지.
청각장애인이 주인공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에서 나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따님을 주십시오, 라고 말하러 간다.'(네이버 웹툰 Ho의 원작)가 절로 떠오르더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면 이게 먼저가 아니었을까? 내용도 참 밝고 정말 희망적인 내용이 뭔지 알 수 있었을텐데. 게다가 이건 기적이고 뭐고 없이 말그대로 실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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