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하카타역 스키야, 규동 / 부타동이 요시노야보다 맛있데
- 일본/밥 먹는 곳
- 2016. 12. 10. 13:58
회사가 이사를 했다. 원래는 하카타역의 치쿠시구치(筑紫口, 우리나라 느낌으로는 후문)에서 걸어서 5분 거리였는데, 지금은 하카타역의 하카타구치(博多口, 정문)에서 걸어서 5분 거리가 되었다.
이사를 해서 좋은 점이 몇 가지 생겼는데, 첫 번째는 출근에 걸리는 시간이 10분 정도 줄었다는 점, 두 번째는 점심을 먹으러 갈 수 있는 식당이 엄청나게 많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너무 기쁘다. 하나하나 차례대로 다 공략할 생각인데, 일단은 회사에서 가장 가깝고, 아마 가장 많이 가게 될 것 같은 스키야(すき家)부터 가보기로 했다.
혹시나 규동(牛丼)이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아주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얇게 자른 소고기를 양파, 간장, 츠유 등등과 함께 졸여서 달고 짭짤하게 만들어 밥에 올려먹는 동요리다.
일본의 국민 요리로써, 내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나라 김밥천국의 김밥 같은 느낌? 국민 요리기는 한데, 김밥을 메인으로 한 고급 식당이 없듯이 규동을 메인으로 한 식당도 없다. 딱 우리나라 김밥 헤븐 같은 느낌의 규동 체인점과, 그리고 우동집의 세트 메뉴 정도로만 자주 본다. 아, 도시락으로도 많이 나오지.
메뉴는 이런 느낌이다. 파도 올려먹고, 치즈도 올려먹고, 마, 오쿠라 등등 종류도 엄청 많다. 그리고 김치... 일본 사람들도 김치와 고기의 조합에 눈을 뜬거지. 거의 모든 규동집에서 김치가 올라간 규동을 판다.
실제로 먹고 있는 사람을 종종 보는데, 데헷하는 좀 부끄러운 느낌과 뿌듯한 느낌이 교차한다.
특히 샐러리맨,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저렴한 가격이다. 보통 사이즈 가격이 350엔으로 엄청 저렴하다. 소고기 들어간 밥 한끼에 350엔. 게다가 730엔만 내면 메가모리로 엄청난 양의 밥과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은 돌아서면 배고픈 학생들에게 엄청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나 같은 도시락을 들고다니지 않는 직장인한테도 아무래도 저렴한 메뉴가 가계에 도움이 많이 된다. 매일 사먹어야 하는데 800엔, 1000엔 이러면 좀 곤란하지. 가끔은 350엔으로 텅텅 비어가는 통장에 심폐소생술을 해 줄 필요가 있다.
요즘 요시노야가 밀고있는 규동 톤지루 오신코 세트인데, 이게 490엔. 나는 사이즈를 하나 올렸더니 조금 더 나왔다.
규동은 사진이랑 거의 똑같은 비쥬얼이다. 오신코(おしんこ)는 위에 접시에 담겨있는 야채 절임 같은 반찬을 말한다. 그리고 톤지루(とん汁)는 미소시루와 비슷한데 돼지고기랑 이것저것 재료가 훨씬 많이 들어가서 맛이 깊고 진하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을 보면 오프닝에 마스터가 이것저것 자르고 된장을 풀어서 무슨 국을 만드는데, 그게 바로 톤지루다.
다음 날은 포장 주문을 해봤다. 테이블에 있던 양념들이 이런 식으로 나열되어 있음.
일본의 경우 '저는 규동이 보이지 않게 시치미를 뿌려 먹어요.' 혹은 '저는 베니쇼가를 산처럼 뿌려먹어요.' 처럼 본인들 나름대로 규동을 먹는 방법이 많기 때문에 딱히 이 베니쇼가나 시치미를 많이 들고간다고 해도 직원이 눈치를 주거나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 회사에도 한 분 계신데, 옆에서 보고 있으니 이게 규동인지 베니쇼가동인지 싶더라.
동료분이 시켜먹은 규동 톤지루 오신코 세트. 톤지루가 쏟아지지 않도록 해주는 포장 주문용 트레이도 있다.
나는 평범한 규동은 어제 먹어봤으니 오늘은 파와 계란이 올라간 ねぎ玉牛丼弁当를 주문했다.
날계란을 올린 사진도 있는데 혹시나 날계란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있을까봐 접어두었다.
10엔을 더 내면 반숙 계란(온타마)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해서 그러려고 했는데 깜박했다. 나는 어느 쪽이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편이라 날계란이라도 크게 문제는 없었지만...
날계란이 올라가 있는 규동 사진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나도 음식에 시치미를 좀 뿌려 먹는 편이다. 베니쇼가는 처음에는 향이 너무 안 맞아서 전혀 넣어 먹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조금씩 먹는 편.
가격은 보통 사이즈에 470엔, 중 사이즈 590엔. 그냥 파랑 규동, 계란이 섞여있는 맛으로 특별한 맛은 전혀 아니다. 그냥 딱히 뭔가 먹고 싶은 게 없을 때... 먹는 음식, 규동. 아, 일본인들 입장에서 그렇다는거고, 한국인 입장에서는 조금 생소한, 그리고 특별한 맛이기는 하다.
일본 사정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들은 이 규동집에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왜냐면 미칠듯한 저렴한 가격 뒤에 숨어있는 혹독한 알바 환경 때문이다. 요즘은 좀 나아졌다고 하던데....
어느 체인점이 특히 심하고 어느 체인점이 덜하다 이런 얘기도 있기는 한데, 내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어디어디 체인점보다는 어디 점포, 어떤 점장이냐에 따라 다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피크 타임에도 알바생을 2명만 넣는다던가 그런 식의 운영을 하는 가게가 있다고 한다. 결국 못 견디고 나가고 다시 알바생이 들어오고 또 나가고의 반복. 오늘 방문한 지점은 알바생이 4~5명 정도 되는 것 같더라.
정말 마지막으로... 왜 뜬금없이 요시노야보다 맛있냐고 제목을 정했냐고? 같이 갔던 분이 '요시노야보다 조금 단 맛이 강한게 맛있네요.' 라고 말을 하시더라고. 그리고, 사실 또 하나의 이유가 있는데, 그건 이 아래 글을 읽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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