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 열기구 축제를 다녀왔다 / 사가 벌룬 페스타 여행기, 오전 경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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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포스팅을 읽고 오시면 이해가 편합니다.

사가 열기구 축제를 가보자



 내 처음 목표는 11월 1일에 집을 출발하여 즐거운 여행을 즐기는 것이었는데, 시작이 좋지 않았다. 평소의 밤, 낮 바뀐 생활패턴 덕분에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하고 11월 1일 새벽 4시에 집을 나섰으니까... 흑흑흑, 너무 졸렸어.


 사가 벌룬 페스타 티켓은 이틀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티켓이라 '오늘은 그냥 푹 자고 11월 2일에 갈까?' 라는 고민도 했는데, 11월 2일은 날씨가 안 좋다고 해서... 결국 울면서 11월 1일에 출발.

 


 새벽에 차도 없고 사람도 없는 후쿠오카를 마마챠리(장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로 기분 좋게 달려서 하카타 역에 4시 10분 쯤 도착했는데, 문이 열려있지 않았다. 자전거를 역 근처 駐輪場에 넣어두고 하카타 역 유리문에 기대어 조금 기다렸더니, 4시 30분이 되어서야 문을 열어준다.


 사가 벌룬 페스타에 가는 손님들과, 아침 첫 차를 기다리던 취객들, 그리고 아침 첫 차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섞여있는 매우매우 이상한 느낌의 새벽 하카타 역...

 이렇게 사람 없고 고요한 하카타 역은 처음 본다.



 혹시나 손님들이 많아서 앉아가지 못할까봐 일찍 온거였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모두 널널하게 앉아갈 수 있었다.



 特急 かもめ(특급 카모메), 영어로는 Limited Express KAMOME, 한글로는 특급 갈매기.

 음?



 옛날에 일본 횡단을 할 때 타본 적이 있는 오래된 기차.

 그리고 누가봐도 알 수 있는 사가에 사진 찍으러 가시는 찍사분. 사다리라니... 좋은데?



 오늘 타고 갈 임시특급 갈매기 89호.

 기차가 참 이쁘다. 게다가 아침 첫 차라 그런지 전면부가 굉장히 깔끔하다. 보통은 풀떼기니 벌레니 이것저것 붙어있는데...



 예젼 포스팅에서도 알려드렸지만, 일본 기차는 자유석 칸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하세요.

 이 카모메 89호 같은 경우는 3,4,5호차가 자유석이었음.



 가죽시트라니... 옛날 고급 승용차 같다.



 내부가 좀 고풍스럽다고 해야하나... 좀 오래된 느낌이어서 아는 분한테 라인으로 물어봤더니 카모메는 운행을 시작한 지 10년 정도 된 기차라며, 비교적 새 기차라고 하신다. 40년 된 보통열차도 아직 달리는 데 10년 정도면 최신이라고...


 보통은 벌룬 사가역까지 기차를 한 번 갈아타야 하지만, 이번 페스티벌을 위해서 갈아타지 않아도 갈 수 있는 임시 기차도 많이 다닌다. 하카타 역에서 40분 밖에 안 걸림... 진짜 엄청나다.



 5시 50분 쯤 도착한 벌룬 사가역. 아직 해도 안뜨고 완전 밤이었다.


 후쿠오카는 그렇게 춥다는 느낌이 안 들었는데, 사가는 내리자마자 엄청 추웠다. 파카 입고 가시는 분들 많던데 나도 좀 두툼한 옷 하나 들고 올 걸...



 임시역이라 가건물에 티켓 확인도 수작업이다. 교통카드는 사용할 수 없으니, 사가역에서 교통카드를 찍고 오거나 하면... 어떻게 되지? 어쨌든 안됨. 그리고 사가역으로 돌아가서도 티켓을 개찰구를 통과할 때 직원에게 보여주고 지나가야한다. 자동 개찰기에 넣으면 아마 그냥 먹어버릴듯?



 バルーンさが駅, 내가 드디어 사가 열기구 축제에 왔다.



 아직 새벽이라 장사 준비를 하시는 모습.



 지도만 보면 굉장히 작은 것 같은데, 사실 길이가 굉장히 길다. 끝에서 끝까지 걸어가면 30분 넘게 걸렸던걸로. 지도 위쪽에 적혀있는 저 강을 건너가서 찍는 게 좋은 사진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나도 건너편으로 가봤는데 너무너무 멀었다...


 오전 경기는 7시부터라 시간이 많이 남아서, 경기장 구경도 하고 야타이 구경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날씨가 좋아서 해가 뜨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이때가 새벽 6시 30분 정도.

 다들 앞만 쳐다보고 계시다가 내가 뒤를 돌아서 사진을 찍으니 쟤는 뭐지? 하는 느낌이었는데, 해가 뜨는 것을 보고는 어느덧 너도나도 카메라를 꺼내서 일출 사진을 찍었다.



 오늘은 제대로 사진 찍을 각오를 하고 와서, 렌즈도 3종류나 가져왔다. 탐론 90미리, 시그마 30미리, 캐논 10-18미리.



 오전 7시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공식 열기구라는 것을 미리 띄운다. 혼다, 파이오니아 등등 사가 벌룬 페스타를 지원해준 회사들의 홍보와 함께, 대회 선수들에게 바람 방향을 알려주는 역활도 한다고. 지금 저 분들이 공식 열기구를 띄우는 분들.


 열기구는 봉고차에서 차곡차곡 꺼내서 조립하는데, 풀밭에 보호천 같은 것을 깔고, 열기구의 천을 그 위에 펴는 동안에 본체의 점화 체크 같은 것을 한다. 화력이 정말 어마어마함... 그냥 뭐 두둥실 두둥실 떠다니는 줄 알았더니 저런 엄청난 화력이 있어야 하는구나...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서 사진만 찍으니 다리가 꽝꽝 얼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돗자리나 단열재를 가지고 와서 앉아계신 분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을 하고 하는 것을 보면, 단열재가 큰 도움은 되지 않았나보다.



 준비를 마친 와 아직 부풀리는 중인 혼다 아시모. 처음부터 불로 부풀리는 줄 알았는데, 처음에는 대형 선풍기 같은 것으로 바람을 넣어서 부풀리더라.



 드디어 날아가는 열기구. 나는 열기구 날리는 것을 처음 보는데, 뭔가 신비하고 웃음이 나오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헤헤헤, 진짜루 뜬당!!' 하면서 보게 된다.



 이 날은 バルーン日和(열기구를 날리기에 최적의 날이라는 뜻)라고 할 정도로 날이 맑고 바람이 약한 날이라고 계속 아나운서 분이 강조를 하시더라. 바람이 강하면 차례차례 열기구를 날리는 식으로 대회를 진행하거나, 대회가 중지된다고 하던데,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동시에 날아갈거라면서, 정말 좋은 사진이 많이 찍힐 것이라고 계속 말해주심.


 사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정말 좋은 카메라 들고 계신 분들이 많더라. 한 사람이 대략 1000만원에서 2000만원 정도의 카메라 장비들을 들고 다니는 데... 그냥 대단하다고 밖에...



 혼다 열기구는 일반적인 모양이 아닌, 로봇 모양이라서 인기가 엄청 많았다.

 뒤에는 발, 앞에는 얼굴이랑 손이 있다. 저 로봇은 혼다에서 만든 세계 최초의 2족 보행 로봇 아시모.



 사가 드림 벌룬. 아까 夢라고 적혀있는 열기구의 뒷면이다. 오른쪽에 작은 풍선이 보이는 데, 대회 선수들이 바람의 방향을 알기 위해 날리는 풍선이다. 그냥 날려서 버리는 게 아니라 낚시대랑 낚시줄에 묶여있더라.




 현장에 있는 사람들 뿐 아니라, 그 사람들이 찍은 사진을 보는 수 많은 사람들 모두가 혼다를 본다.

 정말 엄청난 광고 효과가 아닐 수 없다. 오전에만 2시간 가까이 날아다니던데, 아마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었을 듯.



 우리 나라에서도 유명한 사론파스의 열기구도 등장.


 공식 열기구가 다 날아가고 나면, 대회가 시작된다. 오늘 첫 대회는 동시에 다들 날아가서, 미리 지정해둔 위치에 가깝게 착륙하는 대회라고 했던 듯. 열기구는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가려면 섬세한 컨트롤로 고도를 조절하며 바람을 타야 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대회가 보통 어디어디까지 정확하게~ 하는 방식인 것 같았다.


 5일 동안 대회를 진행해서 점수를 종합한 뒤 순위를 정한다고 하는데, 5일이나 대회를 진행하려면 다들 정말 피곤하시겠다... 힘내요...



 많은 열기구가 준비가 끝나는대로 날아간다.

 음? 저 뒤에 보이는 하얀 열기구는...



 진로?! 제일 먼저 이륙을 해서 그런지 시선을 많이 끌었다. 열기구가 이륙을 하면 열기구와 선수 소개를 해주는데, 한국 선수들이라고 알려주시더라. 이 분들 말고도 꽤 많은 한국 선수 분들이 참가하셨다. 다들 힘내요...


 참고로 경기장에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해설과 잡담을 하며, 대회 설명도 해주고, 지루하지 않게 도와주는 해설가? 아나운서? 분들도 계신다. 영어도 엄청 잘하시던데... 내가 지금까지 본 일본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영어를 잘하시는 분들이었다. 그리고 그 분들의 대화를 수화로 통역해주는 분들도 계시고.



 수많은 열기구들이 동시에날아가는데, 정말 장관이다. 뭔가 뭉클해지고 미소가 지어지고 감탄하고... 그랬다.

 대회 기간이라고 무조건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날씨가 중요하다고 하니 정말 운이 좋았다.



 계속계속 날아간다. 티웨이도 참가했었구나... 안녕~



 정말 장관이다. 정말 꼭 한 번 실제로 보라고, 무조건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그런 풍경이다.



 홈페이지 주소가 적힌 열기구도 있다. 뭐하는 곳인지 들어가봤는데 중국 사이트였음.

 일본의 대기업 이름이 꽤 많이 적혀있는 것 같던데, 대기업들도 후원을 많이 하나보다.



 제일 아래쪽에 코토부키라고 적힌 노란색 열기구가 거의 마지막이었는데, 대회 사회자 분이 저 선수분이 3년째 챔피언이라고 했던 것 같다.


 빨리 간다고 해서 이득이 있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일부러 저렇게 느즈막히 출발하면서, 다른 열기구들 날아가는 방향을 보고 바람 방향을 체크하는 거라면서, 매년 저렇게 느긋하게 출발을 한다고. 대신에 사가는 바람의 방향이 자주 바뀌고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원하는 바람이 불 때 빨리 출발하자 vs 조금 지켜보고 출발하자' 의 전략적인 싸움이겠지?



 점점 멀어지는 열기구들... 점점 작아지다가 결국은 보이지 않게 될 정도로 멀리멀리 날아감. 



 사론 파스의 샘플을 나눠주는 행사장도 있고, 먹거리를 파는 곳과 사가 특산품을 판매하는 곳 등 엄청나게 많은 매점이 있다. 맛있는 것도 진짜 많고, 다른 일본의 축제와 비교해서 가격대가 저렴하거나 양이 많거나 하더라. 큰 행사라서 그런가?


 어쨌든 이것저것 굉장히, 정말로 만족스러운 사가 벌룬 페스타.



 첫 번째 대회가 끝이 나고 바로 두 번째와 세 번째 대회가 진행되는데, 첫 번째 대회와 비교해서 규모는 작은 편이더라. 첫 번째가 태평양 컵이고, 두 번째는 페스타, 세 번째는 환타지아라고 하던데 리그 같은 건가? 세 번째 환타지아는 날아가지 않고, 특이한 모양의 열기구들이었는데...




 우왕, 여기도 한국 선수들이! 한국 풍선이 뜨고 나서 출발하기 전에 지상에 남아 있는 선수들과 인사를 하는건줄 알았는데 밑에 분들은 사진을 찍는 거였다. 어쨌든 대단하고 굉장히 멋있었음...


 한국은 열기구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걸까? 한국 풍선들은 비교적 깔끔하고 낡은 느낌이 들지 않는데, '저건 좀 많이 낡아 보이는 데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열기구들도 몇몇 있었다.



 두 번째 경기의 마지막 선수들이었던 것으로 기억. 큐피트호?



 2시간 동안 날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좋은 사진을 준 혼다 아시모 드디어 착륙. 힘들었는지 손가락이 살짝 꺾였네?

 이 공식 벌룬들은 대회 선수들보다 훨씬 베테랑 선수들이라고 한다. 대회는 이제 은퇴하신 분들인가?



 냐옹. 일본어로는 냐~스라고 한다. 엄청 인기가 많았다.



 환타지아. 경기라고 했는데 날아가지는 않고 그냥 특이한 풍선들이 자기 모습을 뽐내는 그런 느낌.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주는 방식인가?

 요다!! 다스베이더!! 뒤에 엠엔엠!!



 사회자 분들이 입으로 스타워즈 BGM을 연주해 주셨는데 굉장히 웃겼다. 한 사람은 빰빰빰 빰빠밤 빰빠밤~ 또 한 사람은 다스베이더의 숨소리... 슈욱~ 슈욱~ 슈욱~



 요즘은 손가락 하트가 대세라던데...



 특히 이 열기구들은 일반인은 들어가지 못하는 구역까지 오픈해서 직접 타볼 수도 있고 가까이서 사진도 찍을 수 있어서 더욱 인기가 좋았다.



 루카스 필름이 적혀있는 스타워즈 풍선들.



 내부가 굉장히 복잡했다.


 오전 경기가 다 끝이 나고 이제 집으로 가는 사람들도 많고, 매점에서 먹을 것을 사서 밥을 먹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나는 오후 3시까지 뭘 해야하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왕 사가까지 왔고, 내 티켓으로는 칸자키역까지 무제한으로 왔다갔다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가역 구경을 가보기로 했다.


 특히 이때가 최고 졸린 시간이었다. 일어난 지 25시간 경과했었던 오전 11시...


 오후 경기편에서 계속...

사가 벌룬 페스타 여행기, 오후 경기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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