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직장인의 텐진 데이트 / 망고 트리 카페 텐진
- 일본/밥 먹는 곳
- 2019. 3. 2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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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텐진에 나가서 목적지 없이 걸어다니고, 오후 느즈막히 카페에 앉아있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옆 테이블에 여행을 오신 한국분들이 계셨는데, 나도 그분들처럼 마치 여행을 와서 아무 걱정 없이 텐진 거리를 구경하고 즐긴 것 같았다. 오랜만에 텐진 길거리를 돌아다녀서 그랬을까?
일본에서 살기 시작한지 올해로 5년째다. 첫 시작은 유학이었고, 귀국 후 워킹홀리데이를 왔다가, 취업 비자까지 받게되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그렇게 일본에서 계속 지내다보니 오히려 한국보다 일본이 내 일상을 보내는 장소라는 느낌이 강한 것 같다.
여행이 아닌 일상은 걱정이 참 많다. 밥값 걱정, 교통비 걱정, 내일 출근 걱정, 여행은 언제 가나 걱정. 오랜만에 그런 걱정들 없이,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어서 참 좋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카페에 앉아 아이패드를 만지작 거리다가, 저녁 즈음 퇴근하는 여자친구를 만났다.
둘이 얘기를 나누며 텐진을 같이 걷는 중에, 솔라리아 플라자 1층을 가로지르다가 맛있어 보이는 타이 요리 전문점을 발견했다. 둘 다 점심을 먹고 시간이 꽤 지나있던 상황이라, 고민할 것 없이 바로 식당이 있는 7층으로 올라왔다.
망고 트리 카페(マンゴツリーカフェ天神)
카페라는 이름이 붙어있어서 카페가 아닌가 했는데, 카페 느낌의 깔끔한 식당이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도쿄, 오사카 등에 지점이 꽤 많이 있는 체인점이었다.
가족 단위가 앉을 수 있는 넓은 테이블도, 커플들이 앉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도, 혼자 온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카운터 석도 있다.
식당이 7층 한복판에 있는데다가, 허리까지 오는 벽으로만 공간이 구분되어 있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식당을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우리는 좀 부담스러워서 카운터 자리에 착석.
카운터 자리 바로 앞은 주방, 느낌있다. 요리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음료를 만드는 모습이 계속 보였다. 나는 운전을 해야해서 술도 못 마시는데, 생맥주와 하이볼, 칵테일들이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눈물, 눈물.
입구에 서있던 메뉴판.
똠양꿍, 가파오라이스가 너무 맛있어 보였다. 나는 태국 요리를 일본에 와서 처음 먹어봤다.
항상 사람들이 쌀국수, 고수, 똠양꿍 하길래 그냥 ‘그런 요리가 있나보다...’, ‘먹어보고 싶다...’ 하면서 살았었다. 그리고 처음 먹어 본 쌀국수가 그렇게 감동이었다. 이후 태국 요리에 대한 무한한 믿음이 생겼다.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보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점원 분이 살며시 다가온다. 오픈 기념으로 20퍼센트 할인 쿠폰이 있는데, 사용하시면 된다면서 주고 가신다. 둘이서 참 양심적인 가게라며 감탄을 많이 했다.
디너 플레이트 라는 것도 있었는데, 우리 맘에는 들지 않았고, 우리는 하나하나 따로따로 주문을 했다. 들어오기 전에 이미 정해둔 메인메뉴 똠양꿍과 카파오 라이스에, 닭고기 캐슈넛 볶음을 추가했다.
가격대는 각각 900엔 정도로, 백화점 위에 있는 가게라는 것을 생각하면 나름 저렴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이 날은 이벤트로 20퍼센트 할인이었으니, 하나 700엔 정도.
먼저 나온 똠양꿍.
메뉴판에 있는 사진이랑은 좀 다르지만... 굉장히 맛있었다. 처음 느껴보는 맛과 향? 뭔가 아주아주 쿰쿰하고 시큼한 김치찌개 먹는 느낌.
아주아주 얼큰하고 속이 시원한 맛.
사진과는 확실히 다르지만, 먹어보니 양도 많고 메뉴와 비슷한 만큼의 재료가 들어가 있었던 것 같다.
만족.
가파오 라이스.
요리 비쥬얼이 다들 그냥저냥 그렇다는 생각을 하였다. 근데 참 맛있었다. 계란 후라이가 우리나라 중국집이 떠오른다. 기름에 튀기듯이 구운 계란 후라이.
조금 더 이쁜 그릇에 담아 줄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그릇이 너무 커서 요리가 허전해보이고 없어보인다. 차라리 맛이라도 없었으면 ‘그럼 그렇지~’ 하겠는데 너무 맛있어서 참 아쉬웠다.
쫄깃하고 매콤한 닭고기.
닭고기 캐슈넛 볶음.
큰 기대가 없었는데 정말 최고 맛있었다. 닭고기가 쫄깃 매콤 새콤. 견과류가 고소고소. 술 안주하면 엄청 좋을 것 같다.
가격도 저렴하고(백화점 식당이라 생각했을 때.), 너무 맛있고, 서빙도 가게 분위기도 훌륭했다.
단점을 뽑자면 요리가 나오는 시간이 제각각이라는 점? 보통 식당은 다들 같이 식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비슷한 타이밍에 요리가 나왔던 것 같은데, 여기는 좀 제각각으로 나와서 한 사람 밥 먹을 때 멀뚱멀뚱 구경만 해야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또 하나는 데코레이션...
일본은 메뉴와 똑같은 모습으로 나오는 것이 당연시되는 나라인데... 똠양꿍이랑 가파오라이스는 아쉬웠다.
식당 밖에서 바라 본 우리가 앉았던 카운터 자리. 카운터 자리가 굉장히 많은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알고보니 여기도 밖에서 잘 보이는 곳이었구나.
맛있는 요리로 배도 채우고 기분 좋게 산책을 하다가 본 이키나리 스테이크.
오키나와에 있을 법한 분위기의 가게 외관. 참 신기하구나.
후쿠오카에서 4년을 살았는데 처음 보는 가게들이 참 많았던 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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