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지 어느새 4년 째가 된 내가 생각하기에 아이스 커피 혹은 에스프레소 혹은 아메리카노 혹은 카페라떼를 마시는 가장 즐거...
너무 길구나. 간단히 집에서 카페 메뉴를 마실 수 있게 되는 마법의 커피메이커, 모카포트.
비알레띠 모카 익스프레스의 개봉기 및 세척용 추출 / 모카포트 사용법 / 관리 방법 에 대해서.
이렇게 에스프레소가 만들어진다. 직접 찍은 추출 동영상
몇 일 전에 비알레띠의 모카포트를 구입했다. Bialetti는 이탈리아의 커피용품 회사인데, 이탈리아의 국민 모카포트 메이커라고 한다.
집집마다, 게스트하우스마다 하나씩 있다지.
모카포트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는 재미난 방법이다.
사실 뭐 방법이라고 해도 내가 알기로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하거나, 모카 포트를 이용하거나 둘 중 하나 뿐인 걸로.
(더치 커피로도 진한 커피를 추출 할 수는 있는데, 농도는 에스프레소에 비하면 훨씬 연한 편.)
원리는 수동 에스프레소 머신 같은 느낌. 뜨거운 물을 가열하여 고온고압으로 원두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
최근 들어 이렇게 사고 싶은 생각이 드는 물건이 없었는데, 정말 이건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계속 후회하고 후회 할 것 같아서 결국 구매했다.
아마존과 요도바시를 굉장히 고민했는데, 1초라도 빨리 써 보고 싶은 생각에 요도바시가 조금 더 비쌌음에도 불구하고 구입.
게다가 한국이랑 비교하면 거진 1.5배에서 2배 정도 비싸다.
일본에서의 이름은 '직화식 커피 메이커', '모카 메이커' 등등...
직화식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게 우리나라랑은 다르게 굉장히 투박한 네이밍 센스라고 할까, 직접적이다.
일본은 비알레띠와 자리나라고 하는 이탈리아의 모카포트가 그나마 유명한 것 같던데, 비알레띠가 훨씬 대중적이라 이걸 구매했다.
오래 사용하면 고무도 바꾸고 필터도 바꾸고 해야 되던데, 나중에 부품이 구하기 힘들까봐...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둘 다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
참고로 이게 자리나 모카포트. 역시나 메이드 인 이탈리아.
처음은 충동구매라고 생각했는데, 떠올려보면 처음 모카포트를 사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2년 전이었던 것 같다.
일본어 문법 강의를 해주시던 교수님 연구실에 자주 찾아 간 적이 있는데, 구석의 책상 위에 여러 커피 용품과 함께 비알레띠의 모카 포트가 있었다.
그때 당시는 핸드 드립이나 알았지 모카 포트라는 것을 몰랐기에, '알루미늄 주전자인가? 엄청 이쁜 커피주전자네, 갖고 싶다 사고 싶다.' 라는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
15초로 알아보는 비알레띠 모카 익스프레스의 사용 방법, 역시나 직접 찍었다.
적다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클릭하면 원하는 내용을 볼 수 있는 펼치기를 사용했다.
그렇게 손에 들어온 비알레띠의 모카 익스프레스
듣기로는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디자인에서 변화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완벽한 디자인과 완벽한 설계였나보다.
나는 2컵용 모카포트와 1컵용 모카포트를 굉장히 고민했는데, 1컵용 모카포트가 더 작아서 마음에 들었기에 1컵용으로 구입.
습기에 약한 제품이라 그런지 종이 같은 느낌의 비닐에 둘러쌓여 있다.
짜잔
이 알루미늄의 색감
이 반짝거림
이 투박함
귀여운 마크
깨알같은 메이드 인 이테리
고급스럽도다, 귀엽도다.
한국의 경우는 처음 구매하면 세척용 원두가 딸려오는 경우가 많던데,
일본의 경우는 칼리타에서 수입하는 건지 칼리타의 원형 필터와 칼리타에서 적은 설명서가 동봉되어 있다.
칼리타에서 만들 수는 없었나? 수입이라니.
분리하면 이렇게 생겼다.
왼쪽이 보일러와 바스켓, 오른쪽이 가스켓과 본체
분리한 보일러와 바스켓
안쪽도 그렇고 바깥쪽도 그렇고 투박한 알루미늄이다.
듣기로는 주물에 알루미늄을 넣어서 식힌 후 분리하는 방법으로 만든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마감이 좋지 않은 경우가 굉장히 많이 있다고 한다.
탄소 알갱이가 남아 있는 경우도 있고, 손잡이가 조금 덜렁거리는 경우도 있고 등등...
나는 뭐 전체적으로 괜찮았던 듯.
그리고 본격적으로 마시기 전에, 모카포트를 처음 구매하면 중성세제로 한번 씻고,
세척용 원두로 2~3번 정도 추출을 해야 한다고 하길래 구매해 온 저렴저렴한 원두.
드립백 7팩에 200엔.
바로 추출해서 마시면 알루미늄이 묻어 나오거나 세제 맛이 나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요즘은 이런 커피가 많아져서 참 편하더라 컵이랑 뜨거운 물만 있으면 어디서든 핸드드립 원두커피를 즐길 수 있으니까.
단, 아이스 커피는 마실 수가 없어서...
세척용 추출의 흔적. 압력이 높아서인지 저렇게 뭉쳐진 모습으로 분리된다.
추출 후 뜨거울 때 바로 모카포트를 찬물에 넣어서 식혀버리면 색이 바뀐다고 해서,
한 번 추출하고 식는 걸 기다리고 다시 추출하고를 반복하니 시간이 꽤 지났더라.
3번 추출하는 데 1시간 넘게 걸렸던 듯.
바로 재사용이 안 되는 점, 관리가 어려운 점이 모카포트의 단점이라고 하던데,
나는 이 과정이 왜 이렇게 재밌는지.
그렇게 제대로 된 커피맛을 위해 열심히 세척하고, 본격적으로 마시기 위한 커피를 추출한다.
보일러에 압력밸브의 아래까지 물을 담고
바스켓에 원두를 담아주되, 에스프레소 머신과는 다르게 꾹꾹 누르면 안된다고 한다.
가볍게 담아서 평평하게 맞춰주기만 하면 된다고.
원두의 굵기는 핸드드립과 에스프레소 머신의 중간정도라고 하던데, 나는 핸드 드립용 드립백를 꽤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걸 뜯어서 그냥 쏟아부었다.
위 원두와는 굵기가 꽤 차이가 많이 나는구나.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면 커피 맛이 진해진다고 하던데, 그래서 이탈리아에서는 바스켓에 원두를 꽉꽉 눌러담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거기다 옛날에는 압력 밸브가 없었던건지, 원두가 너무 꽉꽉 담겨서 압력이 높아져서 폭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금은 압력 밸브 덕분에 내부 압력이 그렇게 높아지는 경우가 없다하니 안심.
그리고 조립 한 후 가스렌지 위에 올려 약불에서 2~3분 정도 기다리면 된다.
내껀 1인용이다 보니 굉장히 작은 편이라 가스렌지 위에 걸쳐지지 않아서 저런 망을 사용해야 한다.
커피 용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그런 삼발이나 사발이, 망도 판매하던데 가격이 만 원, 2만 원씩 한다.
저런 망은 비싸봤자 2천원 정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막 사용해도 상관없고.
그리고 또 주의해야 하는 점이 정 중앙에 모카 포트를 올리면 손잡이가 열 때문에 녹아버린다.
인스타 사진 보는데 손잡이가 녹은 모카포트가 꽤 많더라. 어찌나 가슴 아프던지.
그나저나 가스렌지의 저 은색 부분은 어떻게 씻으면 되는거지?
아무리 씻어도 씻어도 깔끔해지지 않는다.
슬프구나.
뚜껑을 닫고 사용해 달라고 하던데, 그렇게 하면 과정이 안보이니까 나는 뚜껑을 열고 사용했다.
커피가 추출되면서 마지막에 분수처럼 촤악!! 분출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던데 나는 아직 그런 경우는 없었다.
최근에 나오는 제품은 뚜껑에 유리가 달려있어서 뚜껑을 닫아도 내부가 보인다고 한다.
대신 비쌈. 그리고 안에 압력추니 물 적정선이니 이것저것 늘어나다보니 좀 어수선하더라.
2분 쯤 기다리면 보일러의 물이 끓으며 압력이 높아져서 물이 밀려 올라와 원두를 통과하여 추출되기 시작한다.
보고 있으면 엄청 신기하다, 커피가 아래에서 위로 분수처럼 흘러나온다!!
커피를 추출할 때 황금색 거품이 생기는 걸 크레마라고 하던데, 나는 생기는 경우도 있고 안 생기는 경우도 있더라.
압력이 높으면 거품이 잘 생긴다고 해서 위에 압력 추가 달려있는 모카포트도 있는데, 그건 아무리 봐도 디자인이 좀 맘에 들지 않았다.
반 정도 차오르면 불을 끈다.
크레마가 생겨도 금새 없어짐.
에스프레소라고 하기에는 조금 연하고, 그냥 마시기에는 진한 커피가 추출된다.
이걸 그냥 마셔도 되고, 따뜻한 물과 섞어서 아메리카노로 마셔도 되고, 얼음과 섞어서 아이스 커피로 마셔도 된다.
나는 아이스 커피를 마시고 싶으니, 얼음을 3~4개 넣은 컵에 추출된 에스프레소를 부으면, 완벽한 아이스커피가 완성
양은 많지 않은 편, 보통 혼자 마실 경우에도 2컵 용을 구매한다고 한다.
처음 세척용으로 추출할 때는 필터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그랬더니 원두 가루가 조금 흘러나왔다.
원두 가루가 조금 있는 것도 멋이고 맛이라고 하는 분들도 많던데, 나는 원두 가루가 나오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
나 같은 사람은 핸드 드립을 하거나, 추출 된 커피를 필터에 한 번 거르면 된다고 하던데, 공짜로 받은 원형 필터가 기억나서 사용해보니 굉장히 좋다.
가루도 없어지고, 필터때문에 압력이 높아진건지 거품이 더욱 풍성하게 생긴다.
금방 없어지지만.
그리고 커피를 다 마시고 나면 물에 행궈서 잘 닦아가지고 말려주어야 한다. 세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녹이 굉장히 잘 슨다고 하니 절대 빼먹으면 안 된다다고 한다.
세척방법 때문에 말이 많던데, 식초를 사용하거나 끓는 물에 넣거나 하면 바로 모카 포트의 생명은 끝이라고 한다.
내가 본 가장 완벽한 세척 방법은, '커피 기름이나 얼룩에 조금은 무뎌져야 합니다.'라는 설명이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이 관리가 힘들어서 모카포트는 싫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이 과정조차 모카포트를 사고 싶었던 과정이었다.
단순히 커피를 만들어서 카페인을 섭취한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것저것 준비하고 과정을 거치는 게 너무나도 재밌다.
언제쯤 커피가 올라올까 기다리는 게 재밌고, 불을 조금 빨리 끄고 늦게 끄고에 따라 추출의 마무리가 다르고 사용할 때마다 추출 형태가 다르다.
물론 이렇게 1년, 2년 마시게 되면 귀찮게 느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글쎄, 그렇게 되려나?
내가 처음 핸드드립을 시작한 게 3~4년 전 쯤이었던 것 같다.
드립 커피도 그렇게 몇 년을 마셨는데, 전혀 귀찮음을 느끼지 못했다.
일본으로 유학을 오면서는 도구가 깨질까봐 들고 오지 못했는데, 참 아쉬웠다.
지금도 식당의 음식 맛 보다 분위기는 어떻고, 편안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가, 주인 분은 어떠신가를 더 따지는 내가, 시간 좀 지났다고 해서 이 과정을 귀찮게 느낄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눈이 미친듯이 쏟아지는 날도 아이스 커피만을 고집한는 나는 사실 에스프레소 머신이냐, 모카 포트냐, 더치 커피냐의 세가지 선택지 밖에 없기도 하고. 뜨거운 커피를 냉동실에 넣어 식히고, 그 미지근한 커피에 얼음을 넣고 하는 과정은 이제 더 이상 싫다.
참 잘 샀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삼각대를 사야했고, 다시금 원두를 구입하는 데 돈이 나가게 되었으며, 모닝 커피는 마시기가 조금 힘들다는 점.
하지만 참 잘 샀다, 모카포트.
아포가토를 만들려고 한건데, 바닐라 커피가 탄생했다.
집에서 에스프레소(비스무리) 한 걸 추출 할 수 있으니, 디저트도 만들 수 있게되는구나.